내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경합주 7곳 중 6곳에서 공화당 유력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이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또 나왔다. 경합주 유권자들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문제 보다는 불법이민 해결 등 국내 현안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이 여론조사업체 모닝 컨설트와 공동으로 경합주 유권자 4922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7개 경합주에서 47%의 지지율을 기록해 바이든 대통령(41%)을 6%포인트 차이로 앞질렀다. 이는 전체 오차범위 1%포인트를 크게 넘어서는 수준이다. 지난달 실시한 조사 결과(트럼프 47%, 바이든 43%)와 비교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율 격차를 종전 4%포인트에서 한 달 만에 6%포인트로 벌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합주 7곳 가운데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애리조나, 네바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6곳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1~9%포인트 차이 앞섰다. 미시건주 1곳에서만 두 대선주자의 지지율이 43%로 같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합주에서 경제, 이민, 범죄 문제 처리 등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두루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두 개의 전선에 발을 담그게 된 바이든 대통령이 외교 현안에 국정 동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그가 표를 얻어야 할 경합주 유권자들은 대외정책보다는 불법이민 등 국내 문제 해결에 더 많은 관심을 두는 것으로 조사됐다. 내년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응답자의 41%는 경제를 꼽았다. 다음으로는 이민 문제를 언급한 응답이 9%로 뒤를 이었는데, 이스라엘 전쟁(3%)을 주요 이슈로 꼽은 비율보다 3배 많았다. 우크라이나 전쟁(1%), 미·중 관계(1%)를 언급한 응답보다는 9배 많은 수준이다. 미국 의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 안건 중 하나로 논의중인 미국·멕시코 국경 방비 강화를 위한 자금 지원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68%로 집계돼, 이스라엘·우크라이나 지원안 찬성률(각각 61%, 58%)을 크게 상회했다.
모닝 컨설트의 일라이 요클리 미국 정치 분석가는 “미국인들은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문제나 그들의 재정상황에 집중하고 있다”며 “유권자들은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문제에 큰 관심을 가졌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전쟁) 뉴스는 서서히 사라지고 식료품점에 가 탱크를 채워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더욱 주목되는 대목은 경합주 유권자들이 외교 정책에 있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줬다는 점이다. 이스라엘 전쟁 대응에 있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44%로 바이든 대통령(31%)을 앞섰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신뢰한다는 응답이 바이든 대통령보다 11%포인트 높았다. 민주당 주요 지지층인 젊은층과 히스패닉을 중심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 지원에 너무 많은 국력 낭비하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캐롤라인 바이 모닝 컨설트 부사장은 “바이든 대통령은 중동에서는 섬세한 노선을 걷는 동시에 국내에서는 민주당 유권자들과 줄타기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바이든 행정부가 지닌 잠재적 취약성”이라고 분석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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