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70세 청춘
혹시 ‘노인’의 기준이 몇 살부터인지 알고 계신가요? 우리나라에서는 1964년부터 만 65세를 노인의 기준으로 인정했는데요. 기초연금,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각종 노인 지원 정책도 대부분 만 65세가 기준이죠.
100세 시대를 넘어 120세 시대로 가고 있는 요즈음엔 이 기준을 만 70세로 높여야 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지금같이 노인 인구가 늘어나고, 기준을 높이는 상황에서도 ‘만 70세’면 노인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 중에 올해 만 70세가 된 곳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청춘’입니다. 젊을 때부터 하던 일은 물론, 지금 1020이 가장 좋아하는 사업에서도 최전선에서 활약 중입니다.
1953년 국내 최초의 설탕공장을 세우며 시작된 CJ그룹 이야기입니다. 지난 일요일인 11월 5일이 그룹 창립 70주년 기념일이었죠. 이번주 주간 유통에서는 바로 이 CJ그룹의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K-밥상 책임진다
1953년 11월 5일은 CJ그룹의 모태인 제일제당공업이 부산공장을 세우고 우리나라 최초로 설탕을 만들기 시작한 날입니다. 625 전쟁 직후였던 50년대 초, 설탕은 모두 수입과 외국의 원조에 의존하던 시대였는데요. 제일제당공업은 1근 300환 하던 설탕 가격을 100환으로 정해 공급하면서 1년 만에 시장 점유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이후 제일제당은 ‘한국인의 식단’을 책임지는 기업이 됐습니다. 1958년에는 밀가루 시장에 진출했고 1963년엔 미풍으로 조미료 시장에 발을 디뎠죠. 경제 성장기였던 70~80년대엔 식용유와 참기름, 스팸 등을 내놨고 90년대엔 변화하는 환경에 발맞춰 즉석밥 ‘햇반’을 선보였습니다.
2000년대 CJ의 가장 큰 히트작은 ‘비비고’일 겁니다. 비비고는 원래 CJ푸드빌이 운영하던 레스토랑 브랜드였는데요. 2010년대 들어 가정간편식(HMR) 브랜드로 전환하면서 대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국내 냉동만두 시장 판도를 영원히 바꿔 놓은 비비고 왕교자를 시작으로 김치, 찌개 등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프리미엄 간편식’ 시대를 열었죠.
최근엔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에서도 K-푸드를 알리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비비고 만두는 한국보다 미국에서 더 잘 팔리는 제품입니다. ‘비비고’는 K-푸드의 대명사가 됐습니다. 미국 최고의 스포츠 스타인 LA 레이커스의 르브론 제임스도 가슴에 ‘BIBIGO’를 달고 뜁니다.
식품 넘어 문화 기업으로
CJ가 문화 산업으로 눈을 돌린 건 1995년입니다. 사내에 멀티미디어사업부를 만들고 미국 드림웍스에 3억 달러를 투자했죠. 1996년에는 CGV와 CJ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영화 사업을 시작합니다. 2년 후인 1998년엔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 강변을 오픈하죠. 이후 기생충을 비롯해 명량, 극한직업, 국제시장, 베테랑, 광해, 해운대 등 수많은 ‘국민 영화’가 CJ를 거쳐 만들어집니다.
CJ의 ‘문화 사랑’은 지난 2020년 2월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수상하면서 널리 알려졌죠. 봉준호 감독에 이어 수상소감을 말한 사람이 이미경 CJ 부회장이었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투자자였다면 그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겁니다. 그간 이 부회장과 CJ그룹이 문화계에 쏟은 정성이 있어 가능한 그림이었죠.
세계 최대의 K-팝 쇼인 ‘K-콘’ 역시 CJ의 작품입니다. CJ ENM이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처음 개최한 K-콘은 이제 LA와 뉴욕, 일본, 태국, 두바이, 프랑스, 멕시코,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등 전세계에서 열리는 거대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습니다.
70돌을 맞은 CJ의 다음 스텝은 C.P.W.S(컬처·플랫폼·웰니스·서스테이너빌러티)로 대표되는 4대 미래성장엔진의 가동입니다. 최초·최고·차별화를 이뤄야 한다는 ‘온리원 정신’을 통해 국가대표를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해야 한다는 다짐입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 5일 열린 기념식에서 “”그룹의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온리원 정신을 되새기는 책임감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반드시 해내겠다는 절실함을 가져달라”고 정신 무장을 당부했습니다. 식품 기업에서 문화 기업으로 탈바꿈한 CJ의 다음 변신은 어떤 모습일까요. ‘100주년’을 맞이한 CJ의 모습이 궁금한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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