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재활용 플라스틱에서 수백 가지의 독성 화학물질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스웨덴 예테보리대 베타니 알름로트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인도, 말레이시아, 태국, 카메룬, 탄자니아, 나이지리아, 아르헨티나 등 13개 개발도상국의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에서 재활용 폴리에틸렌(PE) 펠릿 샘플 28개를 수거해 분석했다.
연구팀은 11일 국제학술지 ‘데이터 인 브리프’에 “수거한 샘플을 분석한 결과 살충제와 의약품 성분 등 수백 가지의 독성 화학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재활용 플라스틱에는 총 491가지 유기화합물이 분석이 가능할 정도로 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추가로 170가지 화합물이 잠정적인 함유 물질로 제시됐다. 독성이 강한 살충제·살생물제 성분이 162가지로 가장 많았고, 의약품 89가지, 산업용 화학물질 65가지, 플라스틱 첨가제 45가지,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21가지, 식품 첨가제 12가지, 폴리염화비페닐(PCBs) 12가지 등 다양했다.
알름로트 교수는 “플라스틱 재활용은 폐플라스틱 오염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돼 왔지만, 플라스틱에 포함된 독성 화학물질은 재사용과 폐기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고 재활용에도 방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많은 연구에 따르면 폐쇄적인 플라스틱 재활용 시스템에서도 유해 화학물질이 축적될 수 있다”며 “안전하거나 순환 가능한 플라스틱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모든 플라스틱 제조에는 독성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플라스틱 사용 중에도 다른 화학물질이 달라붙기 때문에, 재활용 플라스틱은 대부분의 용도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특히 플라스틱에 포함된 화학물질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는 점을 문제 삼았다. 또 플라스틱 폐기물의 국제 무역으로 인해 이 문제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건강과 환경에 해를 끼칠 수 있는 플라스틱 화학물질을 단계적으로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유해 화학물질은 플라스틱 재활용 작업자와 소비자뿐만 아니라 더 넓게는 사회와 환경에 위험을 가져온다”며 “폐플라스틱 문제를 재활용을 통해 해결하는 것보다는 유해 화학물질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전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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