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강도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됐다가 병원 치료 중 달아난 김길수(36)가 도주 사흘째인 지난 6일 검거됐다. 김씨는 의정부 등 경기도와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여러 번 옷을 갈아입거나 머리 모양을 바꾸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이후 연인에게 공중전화로 연락을 했다가 덜미를 잡혔고, 경찰은 이날 밤 9시25분께 의정부에서 김씨를 체포했다.
다행히 도주 사흘 만에 김씨를 붙잡았으나 치료 수감자 관리와 초동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김씨는 지난 4일 숟가락 손잡이를 삼켜 병원 치료를 받던 중 화장실을 사용한다며 수갑 등 보호장비를 잠시 푼 틈을 타 도주했다.
전문가들은 이물질을 삼켜 외부 진료 시설에서 치료받다가 화장실을 이용해 도주하는 방식은 탈주범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말한다. 애초 김씨가 이물질을 삼키는 등 돌발 행동을 했을 때부터 도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철저히 감시했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교도관이 수용시설이 아닌 외부에서 수감자를 감시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시스템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김씨가 치료받던 병원에서 도주한 후 사흘 만에 검거된 것에 대해 초동조치 실패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씨가)도주하고 나서 (112 신고까지) 무려 50분가량 지체가 됐다”며 “(교정 당국이)스스로 해결해보려고 한 것 같지만 그것이 결정적으로 (검거) 지연의 원인이 되었다”고 말했다.
당시 김씨를 감시하던 교정 당국 관계자들은 김씨가 도주한 지 1시간여가 흐른 뒤인 4일 오전 7시20분께 112에 신고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김씨는 경찰의 추적을 피해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면서 사흘간 도주를 이어가다 6일 밤 의정부에서 검거됐다.
김씨 검거가 늦어진 데 대해 이 교수는 “법무부 계호의 실패가 명백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물질을) 삼켜서 복통을 자연스럽게 호소하고 교정 당국이 외래진료를 허가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다음 화장실을 이용해 도주하는 것은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도주를 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 예견 가능했다. 이런 사례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교정 당국에서 당연히 계호를 철저히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교도소가 아닌 외부 시설에서도 교도관이 수감자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KBS라디오 인터뷰에 “과거에는 (수감자) 호송 등을 법무부 인력이 아닌 경찰에 맡겼는데,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권한 문제가 생기면서 교도관들이 하게 됐다”며 “그런데 교도관은 교도소 내에서 수용자를 관리하는 사람들이지 추적에 전문화된 사람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배 프로파일러는 개선책으로 “미국처럼 탈주범 전문 인력, 예를 들면 US먀샬 같은 연방 보안관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외부 출장 등 별도의 호송이 있을 때는 그에 맞는 인력을 배치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지금은 법은 책임지라고 하고 있는데, 실제로 시스템은 책임을 질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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