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녀의 가족이 요구한 과도한 결혼 비용 때문에 파혼한 중국 남성이 있다. 그는 결혼 대신 세계여행을 선택해 화제를 모았다.
11일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북서부 산시성 출신의 35세 남성 A씨의 사연을 전했다.
A씨는 지난 5월 결혼할 예정이던 애인과 결별을 선택했다. 신부 가족이 기존 약속보다 많은 결혼 지참금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결혼할 때 신랑 측이 신부 가족에게 ‘차이리’(彩禮)라는 지참금을 주는 것이 관례다. A씨는 애인의 가족과 9만위안(3400만원)의 차이리를 주는 데 동의했고, 5000위안(90만원)의 월급을 쪼개서 돈을 모았다. 모자라는 비용은 친구에게 빌리거나 부모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신부 측은 지난 5월 갑자기 “3만위안(약 540만원)의 차이리를 더 달라”고 요구했고, A씨는 파혼을 선택했다.
A씨는 “화가 난다기보다는 무력감을 느꼈다”며 “정말 돈이 없었기에 결혼을 취소했을 때 안도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결혼을 포기한 A씨는 자신이 모은 16만8000위안(3000만원)으로 1년간 세계여행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결혼 때문에 빚을 지는 것보다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게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을 떠난 A는 현재 40개 이상의 도시를 방문했다. 그동안 사용된 비용은 3만위안 정도다.
A씨의 사연을 접한 중국 누리꾼들은 차이리 대해 열띤 논쟁을 펼치고 있다. “결혼하기 위해 돈을 빌리면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중국의 남성들은 통상적으로 10만~100만위안(1800만원~1억8000만원)의 차이리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차이리에 대해 “불공평하지만 중국 남자들에게는 선택권이 없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젊은 세대에서는 이런 불합리한 관습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6월 중국 동부의 한 남성이 여자친구의 부모가 38만위안(6800만원)의 차이리를 요구하자 애인과 헤어졌다는 사연이 전해지기도 했다.
또한 차이리가 중국의 결혼 건수를 줄곧 하락하게 만든 주요한 원인으로 분석되면서, 궁극적으로 국가경쟁력 하락을 촉발하는 이 관행을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커지고 있다. 그에 따라 대도시에서는 차이리를 적게 받거나 받지 않기도 하지만, 농촌에서는 여전히 약 20만~30만위안(약 3700만~5500만원)의 차이리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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