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이호영 기자] 정부가 물가 전담 관리 식품 등 품목 수를 늘려가며 관리하겠다고 하자 밀크플레이션을 부른 주범으로 지목돼온 유업계 등은 인상 계획을 철회하며 긴장하고 있다.
12일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주요 식품 품목에 대해 전담자까지 두고 관리하겠다고 나서면서 식품업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기존보다 많은 28개 농식품 품목에 대해 물가 관리 전담자를 두고 중점 관리하겠다고 한 상태다. 지난 9일엔 관리 품목을 기존 7개에서 21개로 더 늘린 것이다. 배추·사과·계란 등 농축산물과 햄버거·피자·치킨 등 외식 메뉴를 추가하고 가공식품은 식용유와 밀가루 2가지를 더했다.
앞서 이달 초인 2일 기획재정부는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 김장 재료와 주요 먹거리 가격 안정 방안 등을 통해 7가지 식품 품목에 대해 사무관급 담당자를 지정해 전담 관리하겠다고 했던 것이다.
해당 품목은 물가 가중치가 6.5~2%로 높고 서민 체감도가 높은 △우유 △라면 △빵 △과자 △커피 △아이스크림 6가지 가공식품과 국제 가격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설탕이다.
관련 라면·과자 업계는 “여전히 원가 압박은 이중, 삼중고가 되고 있다”고 호소하면서도 “당장 인상 계획은 없는데도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이어 “이번 집중 관리 계획에 앞서 올 들어 정부는 이미 전반적으로 식품 가격을 직접 개입해오고 있다. 여기에 더 관리한다고 하니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달(10월)부터 원유값이 오른 후 아이스크림 등 가격 인상을 부르며 밀크플레이션 등 주범으로 주시돼온 유업계는 이달 들어 계획하고 있던 제품 인상을 철회하고 하고 있다. 우유 물가 상승률은 금융 위기 후 14년만에 최고치를 찍었을 정도다.
당장 서울우유는 원유 가격 인상에 따라 이달 수요가 많은 생크림 가격 등을 올리려고 했지만 없던 걸로 했다. 서울우유는 이달 9일 “정부 물가 안정 노력에 협조하면서 소비자 물가 부담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생크림, 휘핑 크림, 연유 가격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울우유 등 유업계는 “흰 우유 경우 농가에서 사오는 원유 가격이 인상됐고 이에 맞춰 최소폭으로 가격을 일정 부분 조정했다”며 “흰 우유가 원래 수익이 나던 제품이 아니어서 여지도 없고 최소폭으로 조정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할 수 있는 조치는 많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우유는 흰 우유 대표 제품인 나100% 우유 1000㎖ 대형할인점 납품가를 3% 최소 인상분만 적용했다.
원유값 상승에 분유는 10.6% 오르고 아이스크림이 16.2% 오르는 등 밀크플레이션이 본격화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아이스크림업계나 과자, 라면업계 모두 “당분간 특별히 인상 계획이 없어 지켜보는 상태”라고 전했다.
실제 12일 통계청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석달째 3%대 상승률을 보이며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10월에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8%다.
소비자단체들은 이들 기업의 원가 압박에 대한 호소는 핑계일 뿐 사실과 다르다고 보고 오르는 원자재가에 따라 올리기는 쉽게 해도 내려가도 내리지는 않는 경향을 지적하고 있다. 또 원자재가 하락 등도 기민하게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정부 관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들은 현재 밀가루 가격이 하락세인 만큼 라면, 과자 등은 이를 반영해 더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식품 기업들은 원재료 가격 상승을 원인으로 주로 꼽지만 많은 경우 원재료 가격 상승에 비해 소비자가의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빵과 과자, 라면 등 주요 원재료인 밀과 팜유 수입 가격 변동을 보면 지난해 분기보다 큰 폭 하락했다”며 “이처럼 주요 원자재가가 계속 하락세를 보이는데 지난 3년 간 밀가루, 특히 라면과 과자는 계속 오르고 있다. 올 7월 내리기도 했지만 뚜렷한 하락세인 만큼 여지가 크다. 가격을 더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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