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됐던 미국의 고용 시장이 지난달을 기점으로 둔화세를 나타내면서 저숙련 저임금 근로자들의 임금 상승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의 주체인 저임금 근로자들의 임금 상승세가 둔화함에 따라 소매업체들의 타격이 예상된다. 이어 저임금 근로자에게 닥칠 경기 둔화에 따른 파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여가·숙박업 근로자의 평균 전년 대비 시간당 임금 상승률을 4.5%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3%포인트 감소했다. 연초 상승률은 7%에 달했다. 여가·숙박업 근로자 임금 상승률은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 추이를 확인하는 대표적 지표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의 통계에서도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 상승세의 둔화 양상이 포착됐다. 지난 1월 기준 전년 대비 7.2% 오른 것으로 집계됐던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 상승률은 지난달 5.9%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체 근로자의 평균 임금 상승률도 6.3%에서 0.5%포인트 둔화됐으나, 저임금 근로자의 감소 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기업들의 고용 확대로 뜨거웠던 미국의 고용시장이 최근 냉각 조짐을 보이면서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 상승세도 꺾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이 3.9%를 기록하며 21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15만명)이 시장의 예상치(17만명)를 하회하면서 고용시장이 본격적으로 둔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저임금 근로자들의 임금 상승세가 꺾이면서 소매업체들은 매출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소비 감소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맥도날드의 최고경영자(CEO)인 크리스 켐프친스키는 올해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연 소득 4만5000달러 이하인 저임금 소비자들이 차지하는 소비 비중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신발 제조업체인 풋락커의 메리 딜런 CEO는 지난 8월 “거시 경제에 닥친 어려움이 저임금 근로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난 2분기간 훨씬 더 선명히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의류 회사인 갭도 저임금 근로자들의 소비 감소로, 자사의 저가 브랜드인 올드 네이비의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저임금 근로자들에게 경기 둔화에 따른 타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저임금 근로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 정부의 보조금으로 저축을 늘릴 수 있었다. 하지만 팬데믹이 끝나면서 대규모 경기부양을 위한 지원금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됐고 이는 경제적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의 경제정책연구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엘리스 굴드는 “미국 저임금 근로자들은 자산 규모가 매우 적다는 점에서, 경제가 둔화될 경우 극심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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