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 시민이 남산에서 서울 시내 아파트를 가리키고 있다. [연합] |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금융 안정에도 유의해야 한다.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듯이 통화 정책과 거시건전성 규제 역시 상호 일관된 모습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이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상황에서 대출 규제나 부동산 규제가 완화되면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는 2022년 말 기준으로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5%에 달하여 주요국 중 가장 높다. 특히 지난 3년간 10%포인트나 상승하였다. 같은 기간 주택 가격도 급등하여 금융 불균형이 심화되었다. 가계부채와 금융 불균형의 잠재적 위험이 심각한 상황인데, 주택 규제 완화, 특례보금자리론과 같은 정책대출, 50년 주택담보대출 등으로 하반기부터 가계부채가 다시 늘어나고 주택 가격도 상승하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이에 한국은행 총재는 국정감사에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잡히지 않으면 기준금리 인상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매우 이례적인 발언이었다. 이는 주택 가격을 기준금리로 억제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 의미이기 때문이다.
주요국의 가계부채와 주택 가격 간의 관계를 살펴보면 주택 가격이 가계부채보다 선행하고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기간에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는 없었다. 가계부채 문제는 곧 주택 가격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볼 것이 있다. 금융 안정에 책임이 있는 한국은행이 가계부채가 위험 수위까지 늘어나고 주택 가격 급등 등 금융 불균형도 심화될 때까지 왜 기준금리로 대응하지 않았을까?
주택 가격은 2014년을 전후하여 2022년까지 거의 9년을 쉼 없이 상승하였다. 특히 2017년 이후에는 상승세도 가팔랐다. 가계부채 역시 같은 추세로 증가하였다. 가계부채 증가와 금융불균형 확대에 대해 한국은행은 여러 번 우려를 표명했지만 이를 명시적으로 고려하여 기준금리를 변경하지 않았다. 2022년 들어 본격화된 기준금리 인상도 높아진 물가 때문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2021년까지는 물가가 매우 안정되었기 때문이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장기목표 수준인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로 가계부채나 금융 불균형 문제에 개입하겠다고 하기가 어려웠다. 만일 그렇게 했다면 경제성장률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몰매를 맞았을 것이다.
가계부채와 금융 불균형이 위험 수위에 도달하기 이전에 한국은행이 선제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물가지수 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일부 국가와 같이 ‘자가주거비’(주택소유자의 주거 서비스비용)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여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주택 가격 변화를 반영하여 자가주거비를 추정할 경우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 자가주거비를 통해 소비자물가에 전가되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명분이 생긴다. 따라서 과거처럼 소비자물가는 안정되고 주택가격만 상승하여 가계부채와 금융 불균형이 누적되는 상황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반대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금융안정에 대한 마땅한 미시적 수단이 없는 한국은행으로서는 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수단을 간접적으로 보유하게 되며, 통화 정책과 거시건전성 규제의 상호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 경우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가 개선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예상된다. 기대인플레이션은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에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그런데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은 주택 가격에 영향을 크게 받으나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대인플레이션의 예측력이 높지 않았다. 소비자물가지수에 자가주거비가 포함된다면 기대인플레이션의 예측력도 제고될 수 있을 것이다.
윤성훈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