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울산서 현대차 EV 전용공장 기공식 개최
전기차 핵심 생산 기지로… 2025년 완공 예정
“한국의 자동차, 우리의 자동차가 세계 시장을 휩쓰는 날이 온다고 나는 확신한다.”
AI(인공지능)로 생생하게 복원된 정주영 선대회장의 목소리가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에 가득 울려퍼졌다. 그의 목소리와 함께 화면엔 국내 첫 고유 모델인 포니가 수출되는 1970년대 당시 울산 공장 부두와 정 선대회장의 모습이 재생됐다.
할아버지가 간신히 국내 자동차 산업의 첫 발을 뗐던 50여년 전과 같은 장소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두번째 혁신을 알렸다. 13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진행된 EV(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 현장에서다. 50여년 전 ‘포니’를 만들던 현대차 울산공장은 정 회장 손에서 국내 전기차 핵심생산기지로 거듭나게 된다.
정 회장은 “저뿐만이 아니라 모든 임직원들이 같이 느끼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선대 회장님이 생각하셨던 그 정신, 그리고 ‘하면 된다’는 생각, 또 근면함을 중심으로 해서 우리가 같이 노력할 각오로 하고 있다”고 했다.
전기차 생산 및 수출 핵심 기지로… "하면 된다"
울산 EV 전용공장은 정 선대 회장의 ‘하면 된다’는 정신과 정 회장 특유의 공격 경영이 맞물린 결과다. 최근 국내 전기차 시장이 주춤하고 있지만, 이날 정 회장의 얼굴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정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기존에 해왔던 투자이고, 코스트 절감이나 여러가지 방법도 있겠지만 큰 틀에서 어차피 전기차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운영의 묘를 살려서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재훈 사장 역시 전기차 시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장 사장은 “늘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라면서도 “전기차 자체는 특히 인프라 부분에서 충전의 불편함 등이 있지만 크게 봤을때는 대세는 대세다. 수요는 지속적으로 창출될 것으로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 EV 전용공장은 과거 현대차가 수출을 위해 차량을 시범 테스트 하던 종합 주행시험장 부지에 들어선다. 1996년 아산공장 이후 29년 만에 들어서는 현대차의 국내 신공장으로, 54만 8000㎡㎡(약 16만6000여평) 부지에 연간 20만 대의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진다.
약 2조원이 신규 투자되며 올해 4분기부터 본격적인 건설에 착수해 2025년 완공 예정이다. 양산은 2026년 1분기부터 들어간다. EV 공장이 완공되면 울산공장 전체에서는 연간 160만대의 차량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현대차의 전기차 모델 뿐 아니라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의 초대형 SUV 전기차 모델도 이 곳에서 처음 생산된다.
정 회장은 “과거 최고의 차를 만들겠다는 꿈이 오늘날 울산을 자동차 공업 도시로 만든 것처럼, 현대차는 EV 전용공장을 시작으로 울산이 전동화 시대를 주도하는 혁신 모빌리티 도시가 될 수 있도록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부두와 맞닿아있는 울산 공장 특성상 EV 전용공장은 국내 최대 전기차 생산 기지이면서 동시에 수출 기지로도 활약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2030년 기준 국내에서 생산하는 전기차가 연간 151만 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중 60%인 92만대는 수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혁신 기술로 이루는 인본주의… "일하기 좋은 곳으로"
정 회장은 정주영 선대회장의 인본주의 사상을 따라 EV 전용공장 역시 ‘일하기 좋은’ 공장으로 만들 계획이다. 시설 규모 뿐 아니라 현대차그룹이 그간 연구해온 혁신기술이 기반이 된다.
우선 전반적인 생산 시스템은 스마트공장의 형태를 갖게될 전망이다.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전기차 공장과 같은 ‘스마트 제조 시스템’이 구현된다. 이 시스템은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실증 연구한 제조 신기술이다.
HMGICS의 제조 혁신 플랫폼에는 ▲수요 중심의 인공지능(AI) 기반 지능형 제어 시스템 ▲탄소중립·RE100(재생에너지 사용 100%) 달성을 위한 친환경 저탄소 공법 ▲안전하고 효율적 작업이 가능한 인간 친화적 설비 등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로보틱스, 스마트 물류 시스템, AI 등 혁신 기술이 더해 작업자들의 피로도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또 작업자간 교류도 활성화한다. 공장 내부로 자연광을 최대한 끌어들여 근로자들이 햇살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휴게 및 사무 공간으로 활용될 그룹라운지도 오픈형으로 구성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정 회장은 “워낙 우리나라 역사가 그렇고 또 현대차도 그런 틀 안에서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또 우리나라의 재산은 사람이기 때문에 같이 일맥상통한다고 보고 있다”며 “전 세계에서도 현대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건 휴머니티이기 때문에 그 틀 안에서 얘기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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