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주민 치유센터? 혹은 하마스 본부?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본부로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알시파 병원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대 의료시설이다. 가자지구 중심 도시인 가자시티 시가지 알 리말 지역 인근에 있다. 외과와 내과, 산부인과로 이뤄졌으며 병상 개수는 700여개에 달한다.
병원 이름인 ‘알시파’는 아랍어로 ‘치유’(healing)를 의미한다. 이집트 전 대통령인 가말 압델 나세르의 아내인 타하 알 시파에게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1946년 영국 막사 자리에 ‘치유의 집’으로 선보인 이 병원은 이후 이집트의 가자 통치와 이스라엘 점령기 등 같은 팔레스타인의 아픈 역사와 함께 했다. 1971년에는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과 이스라엘군이 알시파 병원 간호사 숙소에서 총격전을 벌이며 외신의 주목을 받았다. 1987년 제1차 인티파다(이스라엘에 대한 봉기) 당시 알시파 병원 앞 광장에서 수백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모여 이스라엘 군인에게 돌을 던지며 “우리를 모두 죽이던가 이 땅에서 떠나라”고 외치는 모습이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보도되기도 했다.
2006년 총선에서 승리를 거둔 하마스가 이듬해부터 알시파 병원 운영을 맡아오면서 병원은 갈등에 휩싸였다. 이스라엘은 1980년대 진행한 리모델링으로 병원에 지하층이 생겨났으며 이곳에 하마스의 비밀 기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마스는 이를 전면 부인하며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군의 병원 공격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스라엘군의 주장대로 병원 내 하마스의 비밀 조직이 있다고 하더라고 알시파 병원에 대한 공격으로 민간인 피해 규모가 과도하게 클 경우 전쟁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12일(현지시간)부터 운영을 중단한 알시파 병원에서 치료 받고 있는 부상자 수는 5000여명으로 수용 가능한 병상의 7배를 넘어선 상태다. 폭격을 피해 병원에 머물고 있는 피란민의 수도 5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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