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Amazon)은 오래전부터 다양한 전자제품도 만들었다. 킨들 태블릿과 파이어 TV 스틱, 에코 쇼(Echo Show) 스마트 디스플레이가 대표적이다. 이 제품들은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 운영체제로 구동되는데, 아마존이 조만간 자체 운영체제를 개발해 탑재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프로젝트 베가’ 수년째 개발 중…출시 임박해
IT·하드웨어 소식을 다루는 주간 뉴스레터 ‘로우패스(Lowpass)’는 아마존이 안드로이드를 대신할 자체 운영체제 개발을 마무리하는 중이라고 11월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마존 내부에서는 이 운영체제를 ‘베가(Vega)’라는 코드명으로 부르며, 최근 파이어 TV 스틱에 탑재해 테스트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체는 아마존이 가까운 시일 내 일부 파트너사에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공개할 예정이며, 이르면 내년부터 파이어 TV 시리즈에 베가 운영체제를 탑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새 운영체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로우패스는 2017년 아마존과 칩셋 제조사 관계자와의 대화에서 안드로이드 대신 사용할 운영체제가 처음 언급됐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9월에는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Blind)’에서 한 아마존 관계자가 “모든 기기와 IoT를 위한 운영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베가 운영체제 개발이 거의 끝났으며 SDK와 부가 기능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2022년 초 소프트웨어 개발사 모질라(Mozilla)의 한 엔지니어가 아마존으로 이직했는데, 그는 2023년 초 ‘기기 OS’라는 그룹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시 링크드인(LinkedIn)을 통해 “IoT와 자동차, 기타 아마존 제품을 위한 차세대 운영체제를 개발하는 중”이라고 언급했다.
편한 안드로이드 대신 ‘자체 OS’ 매달리는 이유는
수많은 전자제품 제조사가 안드로이드 계열 운영체제를 사용하고 있다. 초기 개발 비용 부담이 적고 안드로이드 전용으로 개발된 수많은 앱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마존은 왜 자체 운영체제를 개발하려는 것일까. 세 가지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다.
①지나치게 구식인 기존 운영체제
파이어OS를 탑재한 아마존 파이어 TV (출처 : Amazon)
아마존은 자사 제품에 안드로이드를 개조한 운영체제 ‘파이어 OS’를 탑재했다. 문제는 기반이 된 안드로이드가 수년 전 출시된 버전이라는 것이다.
2023년 아마존이 출시한 태블릿 ‘파이어 맥스 11’에는 파이어 OS 8 버전이 탑재됐는데, 이는 구글이 2020년에 출시한 안드로이드 11 버전을 기반으로 개발한 운영체제다. 최신 파이어 TV 스틱에 탑재한 파이어 OS 7 버전은 2018년 출시된 안드로이드 9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2023년 11월 기준 최신 안드로이드 버전은 14다. 안드로이드 14는 보안 취약점을 개선하기 위해 안드로이드 6 이하 버전과 호환되는 앱 설치를 전면 차단했다. 이에 수많은 앱 개발자가 안드로이드 6을 포함해 이용 비중이 낮은 구버전 지원을 끊는 추세다. 자칫하면 아마존이 출시한 제품에 최신 앱이 설치되지 않을 수도 있다. 게다가 구버전 운영체제에는 보안 패치도 제공되지 않는다.
최신 운영체제가 지원하는 신기능을 써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앱 호환성과 보안 수준도 뒤떨어지는 만큼, 아마존이 자체 운영체제를 개발하려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②구글의 견제와 외압 예방…‘경쟁’ 피한다
아마존 에코 쇼(왼쪽)와 구글 네스트 허브(오른쪽)
일각에서는 아마존이 구글과 경쟁하는 걸 회피하려는 의도로 해석했다. 아마존과 구글은 서로 비슷한 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아마존의 스마트 디스플레이 ‘에코 쇼(Echo Show)’는 구글 네스트 허브와, 소형 셋톱박스 ‘파이어 스틱’은 구글 크롬캐스트와 비슷하다.
구글 입장에서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브랜드가 자사 제품과 경쟁하는 게 불편할 만하다. 실제로 구글이 아마존을 직접 견제한 적도 있었다. 2020년 3월 IT 전문 매체 ‘프로토콜(Protocol)’은 구글이 오랫동안 가전제품 제조사와 아마존 사이의 거래를 막았다고 보도했다.
당시 보도 내용에 따르면 스마트 TV 제조사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라이센스를 받으려면 아마존이 개발한 파이어 TV OS 같은 개조 운영체제를 사용하지 말아야 했다. 이 약관을 위반한 기기는 플레이스토어와 구글 앱 접근이 차단됐다.
이후 구글은 아마존이 스마트 TV 제조사와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아마존은 구글 의존도를 줄이기로 마음먹고 자체 운영체제 개발에 박차를 가했을 가능성이 있다.
③더 많은 수익 창출을 위한 개발
한편, 로우패스가 인터뷰한 아마존 관계자는 아마존이 광고와 서비스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베가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주장했다. 안드로이드 기반 운영체제를 탑재하면 일부 광고 수익을 구글이 가져가기 때문에 수익을 온전히 취할 수 있는 자체 운영체제를 개발한다는 이야기다.
안드로이드 뺀 아마존 제품, 과연 성공할까
로우패스는 아마존이 향후 출시할 모든 제품에서 안드로이드를 배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파이어 TV와 스마트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차량용 엔터테인먼트 시스템과 기타 하드웨어 제품도 포함될 예정이다.
아마존이 베가 운영체제를 도입할 경우 앱 호환성이 뒤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앱 개발자가 베가 운영체제와 호환되는 앱을 따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개발 비용에 비해 기대 수익이 낮다고 판단될 경우 베가 전용 앱이 출시될 가능성은 낮다.
안드로이드라는 거대 플랫폼을 등진 아마존이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가 과연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병찬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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