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의 일부 청년들이 결혼·취업 등의 문제에서 부모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 가족과 절연을 택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도우반, 샤오홍슈 등 중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결혼 강요나 타인과의 비교 등을 피하기 위해 가족과 연락을 끊었다는 내용의 글들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한 현지 누리꾼은 SNS를 통해 “독립했는데도 부모님이 계속 사생활을 캐묻고 다른 집 자녀와 비교한다”며 “마음이 힘들어 연락을 끊었다”고 말했다.
中 청년 10명 중 3명만 “가족과 연락한다”
실제로 현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가족 간 애정이 과거에 비해 감소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중국 난징대학교 사회대학 부교수인 후샤오우가 18세 이상 30세 이하 중국 청년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가족 및 친척과 연락을 계속 주고받는다’고 응답한 사람은 30%에 불과했다. 즉 가족과 연락을 지속해서 하는 젊은 층은 10명 중 3명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38세 여성 리우 리안은 인터뷰를 통해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여성에게만 집안일을 시켰다. 남동생은 늘 편애의 대상이었다”며 “성인이 된 후 효도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원망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연락을 끊기로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아버지가 편찮으시면 병원비를 내드리겠지만 그게 전부”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후샤오우 교수는 “전통적인 가족문화에 대한 반감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젊은이들은 학교, 직장에서 열심히 생활하면서 가족과의 시간도 잘 보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에서 벗어나 자발적으로 가족과 결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젊은 세대가 자발적으로 가족과 절연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은 기성세대가 자신의 문제점을 되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경제난·취업난에 결혼 포기하는 中 청년들
한편 중국에서는 경제난과 취업난 등으로 결혼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중국 민정부에 따르면 2022년 중국에서 혼인신고한 부부는 2021년보다 10.6% 줄어든 683만5000쌍으로 집계됐다. 중국의 혼인신고 건수는 2013년 1346만9000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줄곧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중국에서는 ‘결혼 적령기’ 인구 자체가 감소했기 때문에 결혼 건수가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1987년 이후 출산이 꾸준히 줄어왔다.
또 중국 농촌에서는 신부 가족에 감사를 표하는 ‘차이리'(중국에서 신랑 측이 신부 가족에게 주는 지참금)가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아예 결혼하지 않으려는 청년들도 나온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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