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의 내년 총선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에 당 지도부와 친윤계가 무반응으로 일관하면서 혁신위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권고 대상으로 지목된 영남권 중진 등은 혁신위 제안에 공개적으로 선을 긋거나, 에둘러 거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 위원장은 당이 변화를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지역구에 그냥 조용히 출마하는 건 별로 좋지 않다”며 거듭 압박 메시지를 보냈다.
친윤계 핵심으로 사실상 혁신위 권고 대상으로 지목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부산 사상구)은 지난 11일 4200여명이 모인 대규모 지역 외곽 조직 행사에 참석했다. 장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여원산악회 창립 15주년 기념식을 다녀왔다. 경남 함양체육관에 버스 92대 4200여명의 회원이 운집했다”고 전하며 행사 당시 찍은 사진 여러 장을 게재했다.
여원산악회는 부산 사상 지역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장 의원을 지원하는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장 의원의 이날 게시글은 자신의 지지세를 과시하면서 사실상 혁신위의 권고를 거부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앞서 ‘수도권 출마’를 요구받은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구갑)도 혁신위 요구를 공개적으로 거부한 바 있다. 주 의원은 8일 대구 수성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의정 보고회에서 “대구에서 정치를 시작했으면 대구에서 마치는 것”이라며 “서울로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혁신위는 권고 대상으로 특정인을 거론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인 위원장은 13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지역구에 그냥 조용히 출마하겠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그런 건 별로 좋지 않다”며 거듭 압박 메시지를 보냈다.
인 위원장은 혁신 대상에 대해 “대통령과 가까운 분 또는 경남, 경북 (지역구) 얘기는 이미 했다. 그다음 지도부와 각별한, 서울과 수도권에 와서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이라며 “능력 있고 힘이 있으면 힘을 보태자, 현명한 결정을 하라”고 요구했다.
인 위원장은 이어 “(내가) 나가기 전에는 긍정적인 신호가 가시화된 걸 보고 나갔으면 좋겠다”며 “저는 누구 말을 듣고 후퇴하거나 그럴 사람도 아니고, 한시적으로 왔기 때문에 자유롭게 소신껏 할 수 있다”며 권고사항에 대한 후퇴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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