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노찬혁 기자] 메이저리그 감독 통산 2183승을 올린 더스티 베이커 감독의 후임으로 조 에스파다 벤치코치가 지휘봉을 잡는다.
미국 ’MLB.com’은 13일(이하 한국시각)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13일 오전 미닛메이드 파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 에스파다 벤치코치를 차기 감독으로 소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스티 베이커 감독은 휴스턴 역사상에서 잊혀질 수 없는 인물이다. 2020년 휴스턴의 지휘봉을 잡은 베이커 감독은 제임스 클릭 전 단장과 불화를 겪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보란듯이 팀을 2020시즌 챔피언십시리즈에 올려 놓았다. 아쉽게 탬파베이 레이스에 패하며 월드시리즈 문턱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절치부심 2021시즌을 준비한 휴스턴은 베이커 감독의 지휘 아래 첫 아메리칸리그(AL) 서부지구 1위를 기록하며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이번에도 준우승에 그치며 아쉬움을 삼켰다. 그리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원하던 베이커 감독의 꿈은 지난 시즌에 이뤄졌다.
휴스턴이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꺾고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베이커 감독은 4시즌 동안 휴스턴을 이끌고 월드시리즈 2번 출전, 지구 우승 3번을 기록하는 등 감독으로서 모든 것을 이뤄냈다.
그리고 올 시즌 휴스턴은 또 다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월드시리즈 2연패를 노렸다. 그러나 24일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 2023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7차전에서 4-11로 패배하며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휴스턴 팬들은 경기 후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바로 베이커 감독이 팀을 떠남과 동시에 은퇴를 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였다.
미국 ‘디 애슬레틱’은 챔피언십시리즈 7차전 경기가 끝난 뒤 ”베이커 감독은 휴스턴 구단 안팎의 여러 사람들에게 2023년이 감독으로서 마지막 시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며 베이커 감독의 은퇴 가능성을 언급했다. 휴스턴과 베이커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계약을 1년만을 연장하며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달 28일 베이커 감독은 미닛메이드 파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은퇴를 선언하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베이커 감독은 은퇴 기자회견에서 ”아마 내 인생에서 보낸 4년 중 가장 짧은 4년이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것은 팀이 이겼을 때 일어나는 일이다. 내가 여기 왔을 때 우리 팀은 우승팀이었고, 내가 여기 있는 동안에도 우승했다. 앞으로 휴스턴이 잘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이름 덕분에 ‘빵동님’이라고 불리는 베이커 감독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10시즌 동안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우승 2회, 포스트시즌 진출 3회를 달성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시카고 컵스로 옮긴 첫 번째 시즌에서도 지구 우승을 차지하며 명장 반열에 올라섰다.
신시내티 레즈와 워싱턴 내셔널스에서도 각각 두 번의 지구 우승을 기록하며 가는 팀마다 우승을 선사했다. 베이커 감독은 26년의 감독 커리어 중에서 총 10번의 지구 우승과 13번의 포스트시즌을 경험했다. 2022년에는 자신의 유일한 약점이었던 월드시리즈까지 제패하며 명예의 전당 입성이 거의 확실시됐다.
감독 통산 2183승을 올리며 메이저리그 역사상 7번째로 많은 승리를 기록한 감독이 됐다. 감독 통산 승률 0.540을 기록했다. 1993년과 1997년, 2000년에는 내셔널리그 감독상까지 수상했다. MLB.com은 ”역사상 가장 뛰어난 감독 중 한 명으로서 26년의 경력을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휴스턴은 이제 그 자리를 물려받을 감독으로 조 에스파다 벤치 코치를 선임했다. 에스파다 감독은 1975년생으로 올해 48세다. 야구 ’강국’ 푸에르토리코 출신인 에스파다 감독은 1996년 메이저리그 드래프트 2차 라운드에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 지명을 받아 10시즌 동안 마이너리그와 독립 리그에서 활약했다.
현역 은퇴 후 2006년부터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2014년부터 뉴욕 양키스에서 스카우트로 활동했다. 2015년에는 3루 코치로 3시즌을 보냈다. 이후 2018년 휴스턴과 계약을 체결했다. 에스파다 감독은 사인 훔치기 혐의로 A.J. 힌치 전 감독이 해고된 후에도 휴스턴에 남은 코치다.
베이커 감독이 휴스턴 지휘봉을 잡을 때에도 에스파다 감독은 벤치코치로 활동했다. 6시즌 동안 휴스턴에서 벤치 코치를 역임한 뒤 감독으로 고속 승진했다. 팀에서 평가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 ’EPSN’은 13일 ”에스파다 감독은 베이커 감독 시절 감독과 선수 사이의 차이를 메우는 데 도움이 되는 리더십 기술을 갖춘 다재다능한 코치로 간주되고 있다”고 전했다.
MLB.com 역시 ”지난달 텍사스 레인저스와 ALCS 5차전에서 베이커 감독이 8회에 퇴장 당한 후 휴스턴은 에스파다 감독(당시 벤치코치)이 대타 야니어 디아즈와 존 싱글턴을 대타로 내보내면서 9회에 역전 홈런을 쳐 승리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제 에스파다 감독에게 남은 것은 ’증명’이다. 휴스턴은 7년 연속 ALCS에 출전했고, 코로나 19로 단축 시즌을 보낸 2020시즌을 제외하면 6년 연속 풀시즌 지구 우승을 획득했다. 올 시즌 지구 라이벌 텍사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것을 지켜보며 자존심을 굽혔다. 이제 휴스턴은 에스파다 감독과 새로운 출발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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