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서 비상경영회의 주재…택시업계 간담회는 불참
尹대통령 공개 비판에 상장·신사업 추진 사실상 전면 중단
(서울·성남=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카카오[035720]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카카오 택시의 독과점 체계 개편 전략 마련에 직접 나섰다.
김 센터장은 13일 오전 7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알파돔 타워 카카오모빌리티 본사에서 3차 공동체 비상 경영 회의를 주재했다.
김 센터장은 홍은택 카카오 대표,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등 계열사 CEO와 임원 20여명이 참석한 회의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혁신과 관련한 사안을 1시간 30분가량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1·2차 회의를 카카오 판교 아지트에서 개최한 것과 달리 3차 회의 장소를 카카오모빌리티로 옮긴 것은,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비판한 카카오택시 관련 사안에 대해 창업자가 직접 나서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임원은 “회의에서 여러 논의가 오간 것은 맞지만, 택시업계와의 간담회를 통해 충분한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날 오후 2시에 서울 강남구 역삼동 전국택시연합회관에서 택시 4단체(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와 비공개 간담회를, 오후 5시에는 다시 경기도 성남시 판교 소재에서 카카오택시 가맹협의체와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다만 이들 간담회에는 김 센터장이 참석하지 않고, 카카오모빌리티 류긍선 대표가 참석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서울 마포구의 한 북카페에서 비상 경제 민생회의를 주재하며 “소위 약탈적 가격이라고 해서 돈을 거의 안 받거나 아주 낮은 가격으로 해서 경쟁자를 다 없애버리고,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다음에 독점이 됐을 때 가격을 올려서 받아먹는 것”이라며 카카오택시의 독과점을 공개 비판한 바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 택시 사업은 기사(개인택시)나 택시회사(법인 택시)가 운임 20%를 카카오모빌리티에 수수료로 내는 가맹 계약과 회사가 운임의 15∼17%를 택시 기사·법인 택시에 돌려주는 제휴 계약으로 이뤄져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 등에서 이런 이중구조 계약 방식이 문제로 지적된 데 이어, 올해 금융감독원은 이를 분식회계로 간주하고 카카오모빌리티를 감리 중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윤 대통령의 질타 직후 비판받아온 가맹 택시 사업 구조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공언했다.
공공재적 성격이 있는 택시의 특수성을 고려해 저렴한 수수료 체계를 구체화·현실화하겠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는 경쟁사 가맹 택시에 콜(승객 호출)을 주지 않아 문제가 된 사항들을 자진 시정하겠다는 ‘동의 의결’을 신청하기도 했다.
동의의결이란 공정위 조사·심의를 받는 사업자가 스스로 원상회복, 소비자 피해 구제 등 타당한 시정방안을 제시하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이어 카카오모빌리티는 다른 택시 플랫폼에 카카오T 플랫폼을 개방하고, 운영 방식과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 4단체는 이날 간담회에서 연말까지 공정 배차, 수수료 체계·수준, 가맹 운영 구조, 근무 환경 개선 등에 대해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뜻을 모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기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새 택시 매칭 시스템 구축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택시 매칭 시스템 개선 방안으로는 복잡한 매칭 알고리즘을 단순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매칭 시스템의 투명성을 높이고 사회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블루 전국 가맹협의체와의 간담회 직후에는 가맹 택시 실질 수수료율을 기존 최대 5%에서 3%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업계와 논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계속 가맹금을 최소화한 새 가맹 서비스 상품 안을 연말까지 마련할 예정이며 기존 가맹 택시 참여자들에게도 신규 가맹 택시로 전환할 수 있는 선택권을 보장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그룹의 전례 없는 위기와 대통령의 공개 비판으로 직격탄을 맞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추진하던 상장과 신사업은 사실상 전면 중단된 상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7년 분사 이래 적극적인 인수·합병(M&A) 전략으로 덩치를 키운 데 이어,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위한 주관사를 선정하며 상장에 속도를 올렸다.
업계에서는 성과 추이에 따라 올해 IPO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제기됐지만, 현재는 추진 동력을 잃고 표류하는 상황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상장 시기·형태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화물 중개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정식 출시를 앞뒀던 ‘카카오T트럭커’도 중소기업 ‘화물맨’의 기술을 탈취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며 잠정 보류됐다. 애초 서비스 정식 출시 예정 시점은 지난달 중순이었다.
redfla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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