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노총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의 시행을 요구하며 집회를 이어가는 가운데 이른바 ‘MZ노조’는 기존 노조와 거리를 두고 있다. 20·30세대들이 주축이 돼 결성한 MZ노조는 노란봉투법을 “하청 노동자와 원청이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됐다”며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집회에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이 통과된 후 양대노총은 대규모 집회를 열고 노란봉투법의 즉각 공포·시행을 촉구했다. 지난 11일에는 민주노총이 서울 서대문, 한국노총이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각각 열고 ‘노란봉투법 즉각 시행’과 ‘윤석열 정권 퇴진’ 등의 구호를 외쳤다. 13일 오전에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노조법 개정안 공포를 촉구하는 집회가 이어졌다.
그러나 MZ노조는 노란봉투법 찬성 입장과는 별개로 이 같은 기존 노조의 행태를 비판한다. 유준환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 노동조합 위원장(32)은 “노동권 강화 측면에서 노란봉투법 내용 전반에 찬성하고 있다”면서도 “노동법이 꼭 정치 투쟁과 관련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권 퇴진 등을 앞세운 양대노총의 이번 집회를 ‘정치 집회’로 평가한 것이다. LG전자 사무직 노조는 집행부가 모두 30대로,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와 구글 플랫폼 등을 활용해 2021년 2월 20·30세대 사무직을 중심으로 출범한 민간 대기업 첫 MZ노조다. 유 위원장은 올해 2월 출범한 MZ노조 연합체인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의 의장도 맡고 있다. 유 위원장은 “노동권과 관련 없는 투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엽 금호타이어 사무직노조 위원장(36)도 “지난 주말 양대노총의 집회처럼 정권 퇴진 등 정치적 메시지가 함께 외쳐진다면 본질이 희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사무직 노조 또한 2021년 4월 MZ세대 사무직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노조다. 김 위원장은 “노조라면 노동자 권익에 대한 부분을 강조해야 한다”면서 “일반 시민들이 보기에는 노조가 노란봉투법 시행을 원하는지, 정권 퇴진을 원하는지 알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MZ노조가 노란봉투법 시행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는 지난 7월 노란봉투법에 찬성한다는 의견문을 발표했다. 노조법 개정으로 사용자 범위가 확대되면 하청 직원들과 원청의 대화 창구가 열려 노동권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고, 기존 근로조건 등 ‘이익분쟁’에 국한됐던 노동쟁위 범위에 단체협약의 해석·적용 등 ‘권리분쟁’을 포함하는 것은 국제노동기구 협약 및 주요 선진국 입법례와도 부합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찬성 의견문을 낼 때도 협의회 내부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불법 쟁의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청구 제한에 대해서는 “대화가 아닌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소수 반대 의견을 의견문에 명시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불법적인 쟁의 활동 등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예외로 해야 하지 않느냐는 내부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찬성 의견을 내면서도 노란봉투법의 핵심인 손해배상청구 제한과 관련한 내부의 반대 목소리를 명시했다는 점은 기존 노조의 성명·논평과 차별화된 부분이다.
MZ노조는 이처럼 기성 노동운동 방식을 거부하고 있다. 양대노총이 노동권 강화라는 본질에서 벗어나 불법·정치 행위에 치우쳐져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정당한 처우와 보상 등 노동권 강화란 본질에 집중한 노동운동에 나서겠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이러한 ‘노동권 신장 찬성, 과격 행동 반대’ 기조는 지난 9~10일 민주노총 산하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이 주도한 지하철 파업에서도 두드러졌다. 서울교통공사 MZ노조인 올바른노조는 이번 파업에 불참했고, 당초 파업에 함께 하기로 했던 한국노총 산하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도 결국 막판 불참을 선언했다.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31)은 “시민에게 피해를 주는 단체행동은 노동운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키울 뿐이다. 불법 폭력집회도 마찬가지”라며 “조합원이 단결해 사측에 합당한 요구를 하면서도 상생을 추구해 시민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단체 행동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MZ노조의 이러한 모습이 실리를 추구하는 MZ세대의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MZ세대는 처우 개선 등 권리 향상 자체에 더 관심이 많고, 원하는 결과를 효율적으로 얻기 위한 방법을 선택한다”며 “정치적 투쟁이나 불법 쟁의가 이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MZ세대가 노란봉투법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기업환경이 더 나아져 국내 투자 유치가 많이 되고, 기업도 잘 돼야 나눠가질 수 있는 파이가 커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기존 노동운동은 1980년대 후반 민주화와 함께 성장한 성격이 있다”며 “MZ세대는 그러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정치적 메시지와 사회적 메시지를 구분해 권리 강화를 위한 실용적이고 실리적인 주장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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