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위기에 빠졌다는 또 하나의 시그널이 확인됐다. 규모가 큰 상업용 부동산 매물에 대출을 세세하게 쪼개 넣은 이른바 메자닌 대출(Mezzanine lending)과 관련, 압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상업용 부동산 금융의 불투명하고 위험한 부문에서 압류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어려움에 빠졌다는 가장 분명한 신호”라고 보도했다. WSJ가 올해 10월까지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한 압류 통지문 등을 조사 분석한 결과, 62건의 메자닌 대출 및 기타 고위험 대출이 확인됐다. 이는 전년(30건)의 두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직전인 2019년에는 13건이었다.
1층과 2층 사이의 공간을 의미하는 메자닌에서 따온 메자닌 대출은 상업용 오피스 빌딩 등을 담보로 발행한 대출채권으로 중후순위에 해당한다. 채무불이행(디폴트) 시 담보권 처분을 결정해 투자금 회수가 가능한 선순위 채권자와 달리, 회수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사실상 구제책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WSJ는 법원 소송 등을 거치며 수개월, 수년이 소요될 수 있는 상업용 모기지의 경우 아직 압류 건수가 많이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메자닌 대출에 대한 압류는 상대적으로 빠르고 쉽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메자닌 대출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당국이 규제를 강화하면서 확대됐다. 대다수 부동산 소유자들이 은행 대출과 함께 기타 비은행에서 2차 대출을 받아 자금 부족분을 메웠고, 저금리를 기반으로 한국 등의 운용사들도 메자닌 투자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상업용 부동산 위기가 가시화하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미션 캐피탈에서 상업용 대출 영업을 담당하는 알렉스 드라가니욱은 지난해 금리 인상 사이클이 본격화하기 전만 해도 메자닌 대출의 금리가 약 10~12%였으나, 이제는 동일 금액 기준으로 15%인 경우가 많다고 WSJ에 전했다. 이로 인해 재융자를 받기도 어려워졌고 채무불이행, 압류 가능성도 더 커졌다는 설명이다. 대출금액이 전체 건물 가치보다 더 커지는 경우도 많았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WSJ는 “높은 금리와 사무실 공실률로 부동산 부문에 타격이 가해짐에 따라 관련 압류 금액이 단일 연도 역대 최고액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또한 “부동산 기록상으로도 대출 규모가 확인되지 않아 압류 규모를 달러로 환산하기도 어렵다”면서 “메자닌 대출은 매우 불투명하다. 이 빚이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저금리를 기반으로 메자닌 대출이 블랙스톤, KKR, 스타우드 캐피탈 등의 주요 사업이 됐었다면서 팬데믹 이후 상업용 부동산 구입에 열심이었던 한국의 자산운용사들을 함께 언급하기도 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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