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의 성(姓)을 바꿔 부르는 장인어른을 이해할 수 없다는 남성의 사연에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엄마 성 물려주는 법’에 대한 관심도 나타나고 있다.
만날 때마다 아내 성으로 부르는 장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장인어른이 제 자식 성을 바꿔 부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예를 들어 제가 이 씨 성이고 와이프가 박 씨 성이면 계속 만날 때마다 박OO이라고 부른다”며 사연을 전했다.
A씨는 “아내는 장난이라고, 좋으니까 그럴 수 있다고 하는데 저는 장난을 칠 게 있고, 안 칠 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선을 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 “주변에서도 ‘이건 좀 아닌데’라고 하는데도 아내는 끝까지 문제 될 게 없고 좋아서 하는 거라더라”며 “저 엿 먹이는 건가요”라며 누리꾼들의 의견을 구했다.
해당 글은 1000개가 넘는 댓글에서 다양한 의견을 불러왔다. “장인이 사위를 무시하는 거 같다”, “처음부터 자기 성을 붙이려고 했던 것 아닌가” 등 장인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반면 “가부장적 관습일 뿐인데 엄마 성 붙이면 어떠냐”, “아내 성 붙였다고 이렇게까지 화낼 일인가”, “애를 낳은 건 여자니깐 이 정도는 괜찮다” 등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엄마 성 물려주는 법’ 주목…혼인신고 때 합의해야
한 누리꾼은 “엄마 성 물려주기가 더 활성화돼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엄마 성 물려주는 방법’을 묻기도 했다.
지난 2008년 호주제 폐지로 자녀에게 엄마 성을 붙일 수 있게 된 지 15년이 흘렀으나, 아직 ‘엄마 성’을 따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실제 혼인신고 시 자녀가 엄마의 성·본을 따르도록 협의하여 신청한 건수는 지난해 594건으로 전체의 0.2% 수준이다.
민법에는 여전히 ‘자녀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른다’고 돼 있고, 예외 조항으로 아이에게 엄마 성을 물려주고 싶으면 부모가 혼인신고를 할 때 모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별도 합의서를 내게 돼 있다.
혼인신고 때 ‘엄마 성 물려주기’를 선택하지 않은 경우, 법원에 성·본 변경 허가 청구를 내면 엄마 성으로 바꿀 수 있다. 또는, 이혼한 뒤 다시 혼인신고를 하면서 해당 조항에 동의하는 방법이 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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