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내년 총선 혁신안으로 제시한 지도부 및 중진, 친윤계 의원들의 불출마와 험지 출마와 관련해 11일째 당내 여론이 사실상 무응답인 점에 대해 “시간을 주면 저는 100% 확신한다.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면서 “제가 말한 여러 부류의 분들은 이름을 말을 안 했지만, 움직이리라 확신한다”고 14일 밝혔다.
인 위원장은 이날 제주 4·3 평화공원 참배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조금 더 시간을 줘야 한다. 대한민국은 빨리빨리 문화 덕에 빨리빨리 발전했지만, 조금 기다려 줄 줄도 알아야 한다”면서 이처럼 말했다.
전날 불거진 혁신위 조기 종료와 관련해서는 본래 임기(12월 24일)인 “크리스마스 전에 잘 끝나야 한다”며 일축했다. 앞서 여러 언론은 김경진 혁신위원의 말을 일부 인용해 ‘혁신위 안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시 혁신위가 조기에 해산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은 전날 기자단 공지를 통해 “혁신위 발족 초기에 혁신위가 본래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면 조기 종료도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이 위원 간에 오고 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재 시점에서 혁신위 활동을 조기 종료하자는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된 바도 없었고, 그와 관련된 합의도 없었다는 점을 알려드린다”고 해명했다. 다만, 인 위원장은 이날 “여러 혁신위원의 의견은 많이 있고 그 의견은 자유스럽게 얘기할 수 있다. 그분들 말을 못 하게 하는 자세를 취하지 않겠다”고 언급해 조기 종료 관련해 다소 여지를 남겼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전권을 주겠다고 했지만, 혁신위가 이처럼 조기 종료 논란까지 나오고 있는 이유는 내년 총선 혁신안으로 제시한 중진 및 지도부, 친윤계 의원 불출마론 등에 화답한 현역 의원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친윤계 의원인 장제원 의원은 최근 자신의 지역 지지 기반인 산악회 활동사진을 올리며 세를 과시하는가 하면, 영남 중진 주호영 의원은 의정 보고회에서 “대구에서 정치를 시작했으면 대구에 마치는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해석됐다. 현재로선,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수행팀장을 했던 이용 의원만이 험지 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통화에서 “친윤계 의원이라는 점을 인식해 경기 하남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당초 송파에서 출마하려 했지만, 당이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경기로 가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이 이날 당내 반응을 기다리겠다고는 했지만, “매는 여론이고, 여론은 국민”이라면서 “그 매는 국민이 또 투표로 이어질 것”이라며 재차 압박하기도 했다.
한편, 제주를 찾은 인 위원장은 취임 때부터 강조한 ‘통합’ 행보를 이어갔다. 김재원·태영호 전 최고위원 등 당내에서 나온 4·3 사건 발언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제주도민의 민심을 회복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혁신위는 당내 통합을 위해 1호 안건으로 김 전 최고위원 등에 대한 징계 해지를 혁신 안건으로 지도부에 건의했고, 지도부는 이를 수용한 바 있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 첫 공식 일정으로 지난달 30일 광주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묘역을 참배하기도 했다.
인 위원장은 이날 참배 후 “오늘은 이념과 사상을 떠나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희생된 것을 처음 알았다”면서 “그것을 다 품고 여기에 희생당한 일이 다시는 이 땅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정치권에서 잘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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