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지난달 발표한 연금개혁 정부안은 ‘맹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최종안 도출 직전까지 정부 내에서는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 특히 막판 논의 과정에서 국민연금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장 문구 삽입을 두고 기획재정부와 복지부 간 뜨거운 공방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1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재부와 복지부는 국민연금개혁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국민연금 지급보장 법제화’ 내용을 두고 막판까지 줄다리기를 벌였다. 현행 국민연금법 조항에도 ‘국가는 연금급여가 안정적, 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의 문구가 있다. 그러나 연금 재정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차원에서 보다 명확한 수준으로 지급보장이 명문화될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제기돼 왔다.
복지부는 국민연금 지급보장 의무 조항을 삽입한다는 내용이 연금개혁안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연금 재정에 대한 청년세대의 불신이 적지 않은 상황을 고려하면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기 위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기재부는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보험료를 얼마나, 어떻게 인상할지 등 연금 재정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체적 로드맵을 개혁안에 담지 못한 상황에서 국고 지원을 확약하면 미래 재정 불안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지급보장을 명문화하면 국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만큼 기재부 의견을 수렴해 입장을 개진했다”며 “국가가 국민연금의 사용자가 아닌 상황에서 지급보장명문화 조항을 넣는 것이 명시적으로 맞는지 등을 따져봤다”고 했다. 그는 “재정당국으로서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 등 재정 안정성 방안이 전제되지 않은 경우 미래 국가 채무에 미치는 여파도 고려해야 했다”고도 설명했다.
결국 국민연금 개혁 종합계획안은 복지부의 의지와 기재부의 우려가 함께 담기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복지부 의견대로 ‘청년세대의 신뢰 제고를 위해 국가의 지급보장 근거를 보다 명확하게 규정한다’는 내용이 먼저 담겼다. 이어 기재부 우려에 따라 추가 문장이 붙었다. ‘다만 지급보장 명문화로 현행 제도가 유지될 수 있다는 오해 방지를 위해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연금개혁과 동시에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는 단서가 함께 달렸다. 두 부처 간 있었던 치열한 논쟁의 흔적이 문구 하나하나에 담긴 것이다.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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