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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전시상황…LCD꼴 난다” 美IRA처럼 세액공제 현금 환급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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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인 직접환급제도 관련 국회 심사를 앞둔 가운데 우리 배터리 업계가 글로벌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투자에 대한 현금성 지원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무역협회와 한국산업연합포럼 주관으로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IRA 직접환급제 도입 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김 의원은 지난 5월 IRA 입법례를 참고해 국가전략기술 사업의 경우 투자제액공제에 대해 영업손실이 나더라도 공제받지 못한 세액을 직접 현금으로 환급받거나 제3자에게 양도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13일 기재위 전체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됐으며 다음주 기재위 소관 소위원회에서 심사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이날 ‘국가전략기술 환급형 세액공제 도입, 이차전지 첨단기술을 중심으로’를 발표하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연합(EU) 동시 증설로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며 “SK온은 신규 공장 가동이 집중된 2024~2026년 11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며, 인센티브가 주요국보다 약한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직접환급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투자를 하면 20~30% 투자비용을 세금 내서 공제해주는 게 아니고 생산할 때마다 세금을 깎아주는 것으로 자충수에 가까운 전략을 펴고 있다”며 “말이 세액공제지 사실은 현금 보조금 정책”이라고 했다.

주제발표 후 토론에서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해외 전폭적인 보조금 지원 사례를 들며 현 상황을 ‘전시’로 규정했다. 강 본부장은 “배터리 시장은 전시와 다를 바 없다”며 “전략산업은 규모의 경제를 조기에 달성하는 게 핵심인 만큼 보조금까진 어렵더라도 보조금에 준하는 효과를 낼 직접환급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배터리 산업은 투자가 늘수록 생산단가가 낮아지기 때문에 경쟁사보다 더 빨리 더 많이 투자해 원가를 낮추는 게 핵심”이라며 “정부는 재정을 걱정하지만, 투자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향후 재정을 확보할 씨앗이 없어지는 셈”이라고 했다.

국내 배터리 3사에 전해액을 공급하는 엔켐의 오정강 대표는 “해외 공장 6곳을 운영하다보니 한국과 다른 지역 간 지원 차이를 피부로 느낀다”며 “미국이나 유럽에서 배터리사 경영진은 물론 제가 가더라도 투자 유치를 위해 주지사가 직접 나와 맞는다”고 했다. 그는 “손흥민 선수보다 더 큰 경제효과를 내는 배터리사들에 정책적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황성필 국회 입법조사처 재정경제팀 조사관은 “현행 제도는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산업 지원에 한계가 있다”면서도 “개정안을 도입하면 사실상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제도에 대해 최저한세 적용을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했다. 박금철 기획재정부 조세총괄정책관도 “저소득층을 위해 만들어진 환급형 세액공제 제도를 과연 (배터리 산업에) 도입할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고창국 SK온 부사장은 배터리 생태계 구축이라는 측면에서 개정안 도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고 부사장은 “국내 배터리사들이 해외 생산공장을 지으면 이 공장에 납품할 장비, 소재, 부품 업체들 투자는 거의 국내에서 이뤄진다”며 “직접환급제도 혜택은 배터리 업체 입장에선 국내에 투자하는 경우에 국한되겠지만 대부분 배터리 생태계에 참여한 기업들에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LCD(액정표시장치) 데자뷔’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장상식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중국의 어마어마한 보조금 공세에 무너진 LCD 산업처럼 배터리도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며 “현금을 직접 지급하거나 제3자 양도는 안 된다고 하더라도 미국이나 다른 나라처럼 나중에 수익나면 어차피 지급할 자금을 (어떤 방식으로든) 선행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배터리 산업은 초기 막대한 투자로 시장을 장악한 업체가 가격 덤핑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기 때문에 2, 3등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국가 재정이나 형평성 때문에 (개정안 도입에) 어려움이 있다면 전략산업 국가진흥기금을 만들어 지원할 수도 있다”고 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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