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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협동조합의 금융기관에 근무하던 직원이 갑작스레 계열사 마트 캐셔로 발령이 났다는 사연이 알려졌다.
14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5개월 임산부인데 은행에서 마트 캐셔로 발령 났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이 게재됐다. 글을 작성한 A씨는 본인을 은행원으로 소개하며 자신의 상황을 전했다. A씨는 자신의 소속을 B협동조합으로 밝혔다. 이는 지역협동조합의 금융기관에 근무한 점을 들어 편의상 은행원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것으로 보인다.
글에 따르면 A씨는 지난 7월 고객에게 민원이 들어왔다며 본점 총무팀으로부터 경위서 작성을 요구받았다. 그렇지만 고객의 신상과 A씨가 어떤 과오를 범했고 언제 발생한 일인지 등 아무 정보도 듣지 못했다고 한다.
A씨는 “경위서를 반드시 당일 제출하라 그러길래 ‘미상의 고객에게 미상일에 불편함을 초래해 죄송하다’고 적어 냈더니 ‘불친절하게 해서 반성한다’고 고쳐서 작성하라 하더라”며 “그 이후 조합장이 저를 다른 곳으로 발령 내버리고 싶어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지난달 A씨는 고객 응대에서 실수를 했다가 또 민원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실수로 계좌번호를 잘못 보고 고객에게 “확인해 보시고 다시 해보세요”란 말을 했는데 고객은 “일부러 그랬냐”며 고성을 지르고 욕설을 퍼부었다고 한다. A씨는 “상식을 벗어난 고객의 민원에 합리적인 수준의 사과와 반성을 요구한 게 아니라 고객의 난동에 대한 책임을 물려 경위서를 요구했고 출산휴가를 3개월 앞두고 마트로 발령을 받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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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발령 사실을 당일에 통보 받았고 충격과 불안에 유산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1주일 정도 휴가를 낸 후 몸을 추슬렀는데 휴가를 끝내고 마트로 복귀하니 마트 사무실 근무가 아닌 캐셔로 가라고 했다”며 “롱패딩을 입어도 추운 친환경 매장에서 9시부터 6시까지 서서 일하는 캐셔 업무로 이동 배치됐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내부고발을 하자니 오히려 저만 불이익을 받을 것 같다. 뱃속의 아기가 너무 걱정된다”며 “남편은 그만둬도 된다고 하지만 제가 그만두면 저만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게 아니냐. 출산휴가인 2월까지 참아야 할지 육아휴직을 당겨써야 할지 고민”이라고 글을 끝맺었다.
A씨의 글을 본 다른 지역협동조합 직원들은 “캐셔는 계약직으로 돌리는데 조합장한테 잘못 거린 게 맞는 거 같다”, “지역은 그 지역에서만 순환하는 거라 일반 회사처럼 시골로 유배 보내는 걸 못하니 직무로 유배지 보낸 것”, “임신부에 일반 관리 직군을 캐셔로 발령 냈다는 건 그만두라는 보복성 인사”라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직장인이 “연달아 고객 항의가 있었다는 건 좀 걸리는 부분”이라고 지적하자, A씨는 “7월 후 10월에 민원이 있었고 제 실수라고 인정하는 부분도 있지만 7월 조합장 지인분 사건 이후 계속 근무지 변경을 압박받았다. 임신부가 근무하기 힘든 장소로 전직시켰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인사 조치 과정에서 실제로 문제가 있었는지 확인한 뒤 비판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지역협동조합의 경우 금융기관뿐 아니라 마트를 사업장으로 두는 경우도 있어 이런 인사 이동이 아예 없는 일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다른 네티즌은 “마트 캐셔가 광부나 막노동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불이익이라고 말할 일이냐”고 따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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