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개인이 모여 거대한 팀이 된 이야기, 10대 중반 어린 나이에 만나 서로에게 선생님이 되며 함께 성장해온 이야기까지. K-팝 그룹 세븐틴이 1시간 가까이 진솔하게 털어 놓은 성장 서사에 전세계 청년대표들은 귀를 세우고 경청했다. 열 세 멤버들의 숨겨진 성장통이 공개될 때 일부 팬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K-팝 아티스트 최초로 유네스코 본부 연단에 선 그룹 세븐틴(에스쿱스, 정한, 조슈아, 준, 호시, 원우, 우지, 디에잇, 민규, 도겸, 승관, 버논, 디노)이 진솔한 성장 스토리로 전세계 청년세대와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세븐틴은 15일(한국시간, 현지시간 14일) 유네스코 프랑스 파리 본부에서 개최된 제13회 ‘유네스코 청년포럼’에서 스페셜 세션을 단독으로 배정받아 약 1시간 동안 연설과 공연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오드레 아줄레(Audrey Azoulay) 유네스코 사무총장과 한경구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을 비롯해 유네스코 회원국(194개국)의 국가 수반급 대표자와 청년 170여 명, 일반객 550명 등이 함께했다.
세븐틴은 유네스코 본부에서 가장 큰 규모이자 상징적인 공간인 메인홀에서 쾌활하지만 진중하게 청년·미래세대의 행동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날 멤버 승관, 준, 우지, 민규, 조슈아, 버논(연설 순)이 그룹을 대표해 3개국어(한국어, 영어, 중국어)로 연설했다. 스피치 직후에는 ‘좌절 말고 함께 이겨내자’는 그룹 특유의 긍정적 메시지가 잘 담긴 5곡의 무대도 선보였다.
“유쾌하게 서로 배우는 세븐틴만의 교육법이 곧 세븐틴만의 성장법”
연설 첫 번째 주자로 나선 승관은 고향 제주도와 유네스코의 특별한 인연을 언급하며 말문을 열었다. 승관은 “유네스코가 한 지역을 자연환경분야 3개 부문에 동시에 지정한 건 제주도가 세계 최초”라며 “유네스코가 지정해주신 세계자연유산이라는 섬에서 미래를 꿈꾸던 작은 소년은, 오늘 이렇게 유네스코 본부에 섰다”고 운을 뗐다.
이어 준은 멤버끼리 서로 선생님이 되어 성장했던 세븐틴의 연대를 언급했다. 준은 “2012년 멤버들을 처음 만난 날부터 지금까지 매일 한 가지 확신하고 있는 게 있다. 바로 혼자서는 힘들지만 13명이 함께라면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며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선생님이었다. 함께 연습하고, 함께 창작하고, 점차 더 나은 자신이 되었다. 우리는 각자 완벽하지 않을지 몰라도 함께라면 최고의 팀”이라고 말했다.
순탄치만은 않았던 지난 과정도 이야기했다. 우지는 “지금과 같은 성공을 처음부터 기대할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오히려 ‘실패할거야’라는 곱지않은 시선들이 많았다”며 “중요한 건 이러한 한계를 우리가 함께 극복해낼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남아있을 뿐이었다”고 돌아봤다.
우지는 역경을 극복한 원동력으로 꿈에 대한 열정과 멤버들의 존재를 꼽았다. 그는 “성공이 빠르게 다가오진 않았지만 13명의 멤버들과 함께 열정을 불태우는 시간은 언제나 즐거웠다. 멤버들은 늘 유쾌했고 어떤 경우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며 “보컬, 퍼포먼스, 힙합 등 서로 다른 능력과 강점을 가지고 있던 멤버들이 서로 배우고 어우러지면서 팀 세븐틴의 색깔이 나오기 시작했다. 유쾌하게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세븐틴만의 교육법이 곧 세븐틴만의 성장법이었다”고 강조했다.
멤버 이름 딴 13마리 염소 기부, 감동의 답장 스토리 공개
민규는 세븐틴이 나눔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첫 기부 활동을 언급했다. 민규는 “데뷔 다음해인 2016년 가을 처음으로 정산을 받았다.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이 기쁜 일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다”며 “아프리카 탄자니아 어린이들에게 멤버 이름을 딴 13마리 염소를 선물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꿈을 위해 염소를 잘 키우겠다’는 편지를 받고 멤버 모두가 감동해 기부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조슈아는 염소 13마리에서 시작된 세븐틴의 나눔을 유네스코와 함께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할 것임을 약속했다. 조슈아는 “제3세계에 교육 인프라 구축을 위해 학교를 지으려 한다. 또 교육을 위한 토론의 장이 지속적으로 운영되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현 시대의 중요한 과제인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유네스코의 엠버서더로 적극 활동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조슈아는 “세븐틴은 연대를 통한 서로간의 배움 속에 꿈을 이루는 길이 있다는 걸 경험했다. 배움은, 세븐틴이 그랬듯, 한 사람을 바꾸고, 그 사람의 꿈을 확장시키며, 나아가 세상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함께 배우며 함께 가자(Let’s make it so we’re all #GoingTogether by learning together)”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버논은 이날 부른 5곡의 가사 일부를 외치며 세븐틴이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거듭 강조했다. 버논은 “함께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미래를 열어달라. 서로의 보살핌이 있다면 우리는 세상에 필요한 모든 것이 될 수 있다. 우리가 함께하는 순간, 수많은 내일들의 용기가 되어 나아갈 것”이라며 “그렇게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이일지라도 함께 춤추며 행복할 수 있다. 우리가 함께라면 절대 길을 잃지 않고 똑바로 걸어갈 것”이라며 연설을 매듭지었다.
스피치 이어 ‘음악의 신’ 등 다섯 곡 열창…경쾌한 에너지 전파
세븐틴은 연설에 이어 음악 무대로 유네스코 메인홀을 환하게 밝혔다. 이들은 ‘_WORLD’, ‘Darl+ing (ENG ver)’, ‘Headliner’, ‘음악의 신’, ‘같이 가요 (ENG ver)’까지 총 5곡을 열창했다. 팀 특유의 자유분방하고 경쾌한 에너지가 돋보인 무대였다.
현장 분위기는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관객들은 매 무대마다 기립해 환호하며 세븐틴의 노래를 함께 즐겼다. 메인홀 천장을 뚫을 듯한 엄청난 함성 소리는 물론, 세븐틴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음악의 신’ 무대 때는 멤버 전원이 객석으로 내려와 관객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뜨겁게 호흡했다.
세븐틴은 밝고 감성적인 멜로디를 오가며 감동을 선사, 이 자리에 설 수 있던 이유를 음악적으로도 증명하며 세계인에게 세븐틴의 이름 석자를 강렬하게 새겼다. 특히 유네스코 관계자는 “유네스코 본부 메인홀 객석이 꽉 찬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세븐틴의 연설과 무대를 향한 관객 반응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현지 특파원 및 글로벌 통신사 AP 등 해외 유력 매체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세븐틴은 지난해 8월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교육 캠페인 고잉투게더(#Going together)를 진행해 왔다. 올해 유네스코 본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3자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고잉투게더가 글로벌 캠페인으로 확장됐다.
세븐틴은 그간 고잉투게더 캠페인을 통해 자신들과 같은 청년이 교육 변혁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해 왔다. 이번 연설에서 이 캠페인이 보다 확장될 수 있도록 힘주어 말한 세븐틴의 긍정적 영향력이 기대된다.
한편 ‘유네스코 청년포럼’은 유네스코 총회 기간에 열리는 행사로, 젊은 세대가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청년세대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의견과 경험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모색해 연대를 다지는 자리다. 한국 가수가 이 행사에서 스페셜 세션을 단독으로 진행한 것은 세븐틴이 처음이다.
윤준호 텐아시아 기자 delo410@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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