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경기 회복 둔화의 원인인 부동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1조위안(약 180조1300억원)을 투입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상황이 더욱 악화하기 전에 당국이 직접적으로 개입해, 경제 전반으로 위기감이 번지지 않도록 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마을 개보수와 저렴한 주택 프로그램에 1조위안의 자금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국책은행을 통해 단계적으로 자금을 투입해주는 담보보완대출(PSL) 프로그램으로 지원에 나설 전망이다.
소식통들은 정부가 추가 대출과 특별대출 등을 선택사항으로 고려하고 있으며, 이르면 이달 중 첫 번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PSL 미상환 자금은 지난달 기준 2조9000억위안에 달하는데, 여기에 1조위안이 투입되면 역대 최고 수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통신은 “이는 허리펑 부총리의 새로운 계획으로, 경제 성장과 소비자 신뢰를 짓누르고 있는 부동산 경기 침체를 막으려는 당국의 노력에 큰 진전이 될 것”이라면서 “업계의 기록적 채무불이행 이후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우선 PSL로 개발사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개발사를 통해 낙후한 지역 토지를 지방정부로부터 사들여 철거·신규 주택 공급 등을 추진하는 일종의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거주하던 원주민들에게는 보조금을 주는 형식으로 신규 주택을 매입, 시장 수요를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부동산 투자회사 존스랑라살(JLL)의 부르스 팽 중화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이번 계획은 성장을 촉진하려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보다 균형 잡힌 발전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 자금이 민간 투자를 촉진해 전체적으로 10조위안 이상의 직접투자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PSL 프로그램은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키운다는 이유로 과거에도 비판받았던 도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판자촌 프로젝트를 마감하면서, 2019년 중앙은행은 새로운 PSL 자금 제공을 대부분 중단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 당국은 최근 부동산 개발사에 대한 직접 지원 방침을 밝히며 과거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개발 업계 2위인 완커가 회사채 가격 급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자, 본사가 있는 광둥성 선전지 국유자산관리감독위원회가 직접적인 지지와 지원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앞서 헝다, 비구이위안 등 개발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져 중국 전체 부동산 시장을 흔들 때도 당국은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왔었다. 비구이위안은 지난달 달러 채권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못해 첫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고, 헝다는 다음 달 홍콩 법원에서 청산 심리를 앞두고 있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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