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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폼’을 통해 명품 가방을 지갑 등으로 만들어 주는 행위가 상표권 침해라는 판결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13일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SNS에 루이비통 가방을 잘라 지갑으로 리폼해 준 업자에게 1500만원을 물어주라고 한 법원 판결을 두고 “무릎이 헤어진 바지 잘라서 반바지 만들어 입고 다니면 원 바지제조사에 로열티 내야 하나”라며 비판했다.
박 교수는 “상표법을 포함한 모든 지식재산권에는 소진원칙이 있다”라며 “처음 물건을 팔 때 로열티를 받았다면 그 물건에 깃든 지식재산권이 소진됐기 때문에 이후에 그 물건이 어떻게 이용되거나 판매되더라도 추가 로열티를 요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때문에 우리가 휴대전화를 중고로 판다고 해서 그 안에 들어간 부품의 특허권자들에게 로열티를 떼어주지 않는 것”이라며 “루이비통은 처음 가방을 만들어 팔 때 자신의 상표에 대한 가치를 포함해서 물건값을 받았고, 이 가방을 산 사람이 이것을 고쳐 쓴다고 해서 또다시 로열티를 요구할 수는 없다”고 했다.
박 교수는 “아예 다른 제품에 루이비통 상표를 새롭게 붙이면 상표권침해가 발생한다”며 “이것이 상표법 목적인데 리폼 루이비통 지갑을 만들려면 순정품 루이비통을 사야 하기 때문에 루이비통 입장에선 경제적 손해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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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박 교수는 “리폼업자는 물건을 판 적이 없다. 고객들의 물건을 고쳐줬을 뿐”이라며 “대중들이 자신의 지식, 손재주, 열정으로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것을 각종 규제가 막아설 때마다 OECD 최악 수준인경제 양극화는 계속 방치된다”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 뿐 아니라 판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일반인들도 많다. 연예인들이 방송에 나와 명품을 리폼하는 장면을 다양하게 보여주며 이 자체가 이미 유행했기 때문이다.
앞서 웹툰 작가 기안84는 MBC ‘나 혼자 산다’ 프로그램에 나와 “예전에 태양씨가 옷을 선물해 주셨는데 더스트백을 버리기 아깝더라”면서 리폼에 도전했다. 기안84는 명품 더스트백을 활용해 새로운 가방을 만들어 출연진에게 자랑했다.
기안84는 구찌 운동화를 리폼하는 모습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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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채정안도 1000만원대 H사의 가방을 리폼업자에게 맡겨 재탄생 시킨 것을 가방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바 있다.
지난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3부(박찬석 부장판사)는 루이비통이 리폼업자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침해금지 등 소송에서 “A씨는 루이비통의 상표가 표시된 가방의 원단을 사용해 리폼 제품을 제조해선 안 되고 루이비통에 손해배상금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17∼2021년 고객이 건네준 루이뷔통 가방 원단을 이용해 크기, 형태, 용도가 다른 가방과 지갑을 제작했다. 리폼 제품 1개당 10만∼70만원의 제작비를 받았다.
A씨는 리폼 제폼이 상표법상 ‘상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같은 형태의 물품을 반복해서 생산하는 ‘양산성’과 생산자에서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여러 단계에서 교환·분배되는 ‘유통성’을 갖춰야 상품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리폼 제품은 이런 속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가방 소유자가 리폼 제품을 루이비통에서 제작한 원제품으로 혼동할 우려가 없기 때문에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을 했다고도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리폼 제품도 상품에 해당하고 A씨는 루이비통의 상표를 사용했다고 봐야 한다”며 루이비통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리폼 제품이 교환가치가 있고 독립된 상거래의 목적물이 되는 이상 상표법상 상품으로 봐야 한다”며 “또 제품이 현실적으로 유통되지 않았고 양산성이 없다고 해도 상표의 출처표시기능은 보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의 고객이 리폼 제품의 출처를 오인하진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리폼 제품을 본 제3자 등 일반 소비자는 출처를 혼동할 우려가 분명히 있다”며 “A씨는 루이비통의 상표를 사용한 게 맞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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