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시세조종 의혹으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결국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사법 리스크가 터진 후 그룹 쇄신을 진두지휘하던 김 센터장이 수사를 받게 되면서 카카오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위기를 맞았다.
15일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김 센터장과 홍은택 카카오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대표, 카카오의 법률 자문을 맡은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등 6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 2월 에스엠 인수전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에스엠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다.
김 센터장은 지난해 카카오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김 센터장의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게 수사당국의 판단이다. 특사경은 지난달 23일 김 센터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직접 지시했는지 등에 대해 16시간 가까이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이번 송치로 카카오 그룹 경영진은 무더기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특사경은 지난달 같은 혐의를 받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카카오 법인 등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검찰은 지난 13일 배 대표와 카카오 법인을 재판에 넘겼다.
김 센터장은 물론 주요 경영진이 사법 리스크에 노출되면서 카카오는 사상 최대 위기를 맞았다. 특히 김 센터장은 지난 30일부터 매주 월요일 공동체 비상경영회의를 여는 등 ‘은둔의 경영자’에서 벗어나 경영 전면에 나섰다. 지난 6일에는 경영쇄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직접 위기 관리 총대를 멨다. 17년 만에 트레이드 마크인 수염을 깎고 “모든 서비스와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강도 높은 쇄신 작업을 예고했다.
이미 비상경영 체제였던 카카오에 악재가 더해지면서 회사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카카오는 올해 3분기까지 5분기 연속 실적 둔화를 나타냈다.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추진했던 신사업이나 해외 인수·합병(M&A)도 막혔다. 여기에 공동체 구심점을 잃자 직원들 사이에선 “어쩌다 카카오가 이렇게 됐나”라는 한탄까지 나온다.
당분간 CA협의체와 외부 감시기구의 역할이 더 커질 전망이다.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CA협의체는 김정호 카카오 경영지원총괄, 송지호 크러스트유니버스 대표,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 권대열 카카오 정책센터장 등으로 구성됐다. 외부 감시기구인 ‘준법과 신뢰 위원회’는 이날 구성을 마쳤다. 김소영 위원장을 비롯해 김용진 착한경영연구소 소장, 안수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7인이다. 법률, 학계, 산업 등 각계 전문가로 구성했다. 그룹 내 핵심 의사 결정 조직에 대한 긴급 중단 요구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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