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넘게 진행돼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사건의 1심 결심공판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16일 재계와 법조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17일 열리는 재판에서는 검찰의 구형에 이어 이 회장이 최후진술을 하게 된다. 그간 그룹 경영에 매진하면서도 대부분 재판에 출석한 이 회장의 행보가 판결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심리로 17일 오전부터 열리는 재판에 출석한다. 이 회장이 2020년 9월 해당 사건으로 기소된 이후 열리는 106번째 공판이다. 이 회장은 이날 출석하면 총 94번 재판에 출석하게 된다. 출석률은 88%, 약 90%에 근접한다. 이 부회장은 재판을 받는 동안 그룹 경영과 관련된 현안들을 해결해야 하는 등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매주 1~2회 열리는 재판에 빠짐없이 나갔다. 지난해 5월 경기도 평택시에 있는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응대하는 일정으로 출석하지 않았고, 같은 해 11월에는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회동하는 일정으로 재판에 나가지 못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정치권 인사들이 검찰 수사와 재판부의 심리 방식에 불만이 있다며 재판에 출석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재판 대부분에 출석한 이 회장의 태도를 재판부가 고려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판사들이 피고인의 출석 여부 등 재판에 임하는 자세를 중요한 요소로 참조하는 경우가 꽤 있다”라며 이 회장에게도 긍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했다.
검찰의 구형량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의 구형량은 재판부가 내릴 판결을 예상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되기 때문이다. 이 회장으로선 무죄 판결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지만, 유죄가 선고되더라도 집행유예로 즉시 구속을 피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검찰이 징역 3년 이하로 구형할 경우 재판부는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우리 형법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 범행 후의 정황 등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 형의 집행을 일정 기간 미룰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징역 3년이 집행유예 선고의 마지노선인 것이다. 검찰이 징역 3년 이상의 형을 구형했을 경우에도 통상 법원이 유죄를 인정하더라도 검찰의 구형량보다 1~2년을 감경해서 선고하는 점을 감안하면 역시 집행유예가 선고될 가능성은 남게 된다. 집행유예가 선고되면 이 회장은 자신이 받는 혐의가 인정된 결과란 점에선 달갑지 않겠지만, 실형 선고에 따른 구속을 면하게 돼 총수의 구속으로 그룹이 경영상 위기를 맞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된다.
3년 넘게 법정에서 치열하게 공방을 벌여온 검찰과 이 회장 측은 결심공판에서도 강하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19만쪽에 이르는 수사기록 등을 내세워 이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고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려는 목적으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위법하게 관여했다고 주장헤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역시 이 합병에 대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반면 이 회장 측은 합병은 경영상 필요에 따른 합법적인 판단 아래 진행됐고, 주주들의 이익도 충분히 고려됐다고 반박헤왔다. 이 사건으로 검찰은 이 회장 등 14명을 기소했고, 재판 과정에서는 약 80명의 증인이 법정에 출석해 증언했다.
이 사건은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 마지막 고비로 평가받는다. 이 회장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21년 8월 가석방됐고, 지난해 8월 복권돼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이후에 이 재판에만 출석해 왔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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