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가 뒤늦게 투자자와 소통에 나선다. 실적 쇼크와 관련해 시장과의 불통으로 오해가 커지면서 주가 폭락과 ‘매출 부풀리기’ 의혹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16일 파두에 따르면 이르면 다음 주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한다. 이를 위해 이지효 파두 대표는 미국 출장 일정을 변경해 오늘 귀국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파두의 2·3분기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매출 취소 경위와 4분기 주문 재개 등을 자세히 설명할 계획이다.
파두는 지난 8월 기술특례 기업으로 상장했다. 주력 사업은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SSD컨트롤러 생산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메타·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기 위해 낸드 칩을 공급받는다. 낸드는 저장 능력이 우수하지만, 처리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속도와 성능을 통솔하는 장치가 바로 SSD 컨트롤러이다.
파두가 상장 전 유니콘 기업으로 주목을 받은 계기는 메타와 계약에 성공하면서다. 메타가 자사에 낸드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에 “파두 컨트롤러를 장착해 납품하길 원한다”고 요청했다.
기술력은 인정받았지만, 시장과의 소통은 원활하지 않았다. 특히 상장을 준비하면서 증권신고서에 밝힌 연간 매출 추산액 1203억원과 실제 실적과 큰 차이가 났다. 올해 파두의 매출액은 1분기 177억원, 2분기 5900만원, 3분기 3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파두는 반기 실적 공시 의무가 없어서 3분기 보고서를 내면서 2분기 실적이 알려졌다. 3분기 누적(1~9월) 매출액은 180억원으로, 매출 추산액의 15% 수준에 불과했다. 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해도 당초 추산액을 달성하기엔 무리라는 평가다.
3분기 실적 쇼크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주력 제품인 3세대 SSD컨트롤러 주문이 취소된 탓이다. 파두는 3세대 SSD컨트롤러와 4세대 SSD컨트롤러를 판매해왔다. 그러나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3세대 SSD컨트롤러 매출액이 ‘0’으로 잡혔다. 발주가 취소됐을 때 “단기적인 재고 조정이고, 3분기부터 다시 구매가 재개될 것”이라고 전망한 것과 전혀 다른 상황에 놓인 것이다.
논란이 확산하자 결국 금융당국은 파두의 상장 절차 당시 실적 급감을 고의로 숨겼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회사로부터 소명을 듣고 매출액이 발생하지 않은 경위와 사실관계를 따져야 한다”며 “다음 단계는 아직 말하기 이르다”고 설명했다.
파두 측은 뒤늦게 “미국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올해 상반기부터 방향을 바꾸어 긴축 기조에 들어가면서 MS, 메타, 구글 등이 인력 구조조정과 투자비 삭감을 시작했다”며 “이 때문에 파두의 고객사인 낸드 업체 역시 SSD컨트롤러 구매를 중단하면서 2~3분기 매출도 중단 상태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컨트롤러 자체 개발 이야기가 나온 상황에서 파두가 2분기에 이어 3분기 주문도 취소된 사실과 관련 아무런 언급이 없었던 점이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운 것 같다”며 “시장 환경이 여의찮은데 소통 타이밍을 놓치면서 사태를 키웠다”라고 지적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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