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이 한 달 넘게 지속되는 가운데 이스라엘군(IDF)이 가자지구 내 알시파 병원을 급습하자 중동·아랍권 국가들이 일제히 이스라엘을 비판하고 나섰다.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사실상 테러 국가로 규정하며 “핵폭탄 보유 사실을 인정하라”며 압박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수도 앙카라의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여당 회의에 참석해 이스라엘 총리를 향해 “핵폭탄 보유를 인정하라, 보유했기 때문에 핵폭탄으로 위협을 가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당신이 폭탄을 얼마나 갖고 있든, 당신의 끝이 가까워져 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중동 유일한 비공식 핵보유국으로 알려진 이스라엘은 그간 자국의 핵무기 보유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모호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지난 5일 극우 성향인 이스라엘의 미차이 엘리야후 예루살렘·유산 담당 장관은 가자지구 전투와 관련해 “핵 공격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또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급습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팔레스타인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이라고 칭하며 적극 두둔하기도 했다. 그는 “이는 초승달과 십자가의 문제”라고도 말했다. AFP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을 두고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서구·기독교 세력이 무슬림 세계와 싸우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에르도안 대통령은 튀르키예는 학살을 막기 위해 국제무대에서 조처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이스라엘 점령 당국이 ‘테러리스트’로 규정되도록 국제무대에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그는 지난 5일에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전을 ‘전쟁범죄’로 규정하며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소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저녁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을 테러 국가라고 부르면서 정작 그(에르도안 대통령)는 테러 세력인 하마스를 지지한다”며 맞받았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어 “그는 튀르키예 국경 안에 있는 마을에 포격을 가한 적도 있다”면서 “우리는 그의 설교를 듣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중동·아랍권 국가들은 이스라엘을 향한 비판에 일제히 가세했다. 요르단 외무부도 IDF의 알시파 병원 공격에 대해 “전시 민간인 보호를 위한 제네바 협약 등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외무부도 성명을 내고 “알시파 급습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현지 민간인 보호를 위해 국제사회가 시급히 개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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