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킹크랩’이 연일 오픈런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최근 수입산 대게 가격도 kg당 5만원 선으로 폭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전쟁 이후, 미국과 유럽 등이 러시아산 해산물 수입을 금지하면서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대게 물량이 증가한 데다 최근 경기 침체로 중국의 대게 소비량이 줄면서다.
16일 수산물 유통 플랫폼 인어교주해적단에 따르면 13일 러시아산 대게(자연산·A급·중대·살수율 80% 이상)의 평균 가격은 kg당 5만7200원으로 2개월 전 고점을 찍었던 9월 29일(7만5000원)과 비교해 23.7%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연말 모임이 잦은 11월~12월 사이 대게 등 갑각류 가격이 크게 오르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예년과 비교해 확실히 저렴한 셈이다. 특히 온라인 전용 판매가는 kg당 3만9900원으로 9월 최고가 대비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킹크랩에 이어 대게까지 갑각류 가격이 하락하는 배경으로는 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물량 증가’가 꼽힌다. 주요 소비국인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 전쟁 이후 러시아산 해산물 수입을 금지하면서,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국가로의 수출 비중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계적인 대게 소비국으로 꼽히는 중국의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할당량 대비 아시아 지역의 소비량이 감소한 영향도 크게 작용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 5년간 추이를 살펴보면 연말 모임이 잦아지기 시작하는 11월 중순부터는 예외 없이 대게 가격이 올랐는데, 올해는 시기적인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예년과 비교해 확실히 저렴한 편”이라며 “특히 지금 유통되는 대게는 살수율이나 맛이 가장 좋다고 평가받는 마가단 대게인데, 킹크랩 못지않게 퀄리티도 좋고 비교적 주목도도 덜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앞으로 가격 하락세가 계속해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수산물은 산지도매시장이나 소비지도매시장에서 매일 경매를 통해 가격이 결정되는데, 시기에 따라 수입량이 변하면 가격도 요동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대게 등 갑각류는 다른 수산물에 비해 가격 변동 폭이 큰 상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러시아 전쟁이 계속되는 한 대게 가격은 당분간 하락세를 그리겠지만, 어획량과 수입량 감소 등 여러 요인에 의해 가격은 얼마든지 변동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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