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LO)가 ‘양질의 일자리’ 실태 파악에 나섰다. 세계적으로 청년들이 질 낮은 일자리에 내몰리자, 이러한 고용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통계로 만들어 분석하겠다는 것이다.
16일 ‘제21차 국제노동통계총회 결정문’에 따르면 ILO는 양질의 일자리 부족을 파악하고 비공식 경제의 규모가 끼치는 경제적 사회적 영향을 평가하기로 결의했다. 이를 위해 관련 통계의 개념을 정하고 수집과 측정에 관한 지침을 마련했다.
국제노동통계총회는 각국 대표들이 노동통계 가이드라인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회의체다. 5년마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ILO 본부에서 개최한다. 지난달 11~20일에 열린 총회에는 질베르 웅보 ILO 사무총장과 유엔(UN), 세계은행(WB) 국제기구 대표, 노사정 대표 300여명이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조형근 주제네바대표부 고용노동관이 대표단장으로 참석했다.
총회에서는 비공식 고용을 확인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뤄졌다. 비공식 고용이란 법이나 규정, 합의 등이 없었음에도 돈을 벌기 위해 상품을 생산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을 말한다. ILO는 모든 국가에 비공식 일자리가 얼마나 많고, 주로 어떤 집단이 비공식 일자리에 노출됐는지 등을 정기적으로 생성하라고 권고했다.
ILO가 비공식 고용통계 수집에 나선 것은 일자리 전반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노동법 등의 규제를 받지 않는 비공식 고용은 열악한 일자리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통계로는 잡히지 않기 때문에 저임금이나 초과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이에 개인이 위험에 얼마나 노출됐고, 좋은 일자리가 얼마나 부족하고, 근로조건이 어떠한지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겠다는 게 ILO 측의 설명이다.
ILO에서는 특히 청년들이 이 같은 일자리에 주로 내몰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ILO는 지난 8월에도 성명을 내고 “젊은이들은 나쁜 직업에 있을 가능성이 더 높다”면서 “사회적 보호를 거의 또는 전혀 받지 못한 채 비공식적으로 고용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는 정보에 기반한 일관된 접근방식을 통해 달성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밖에도 학교-직장전환 통계를 새로 마련해 15~29세 청년이 학교 교육을 마친 후 안정적이고 만족스러운 직업을 갖는지 추적하고, 국제적 기준이 없는 돌봄노동 통계를 측정하기 위한 방법을 논의하기로 했다.
정부도 총회 결의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새롭게 채택된 비공식 경제 통계는 양질의 일자리 전환을 통한 근로조건 개선 및 국민계정 추산과도 관련되는 만큼 정부의 관련 부서에서는 관심을 갖고 대응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며 “청년통계, 돌봄통계 등 시대변화에 따라 관심이 커지고 있어 새로운 기준이 마련되는 통계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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