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오경선 기자] 대형 증권사들이 지난해 낮은 기저를 바탕으로 올해 3분기 시장의 우려보다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고금리 기조와 부동산 경기 부진 등 부정적인 업황에도 주식거래 활성화에 따른 브로커리지(주식위탁매매) 수익이 증가하면서 전년 대비 실적은 증가세를 보였다. 다만 일부 증권사의 경우 해외 대체자산 평가손실과 일회성 비용 등이 반영되며 실적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을 나타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상위 5개 대형 증권사(미래·한국투자·NH투자·삼성·KB증권)의 3분기 순이익은 634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8.3% 증가했다. 1~3분기 누적 순이익도 24.9% 늘어 2조4674억원을 기록했다.
연초부터 시작된 2차전지주를 중심으로 한 주가 랠리가 9월까지 이어진 것이 주요했다. 2차전지 랠리 장기화에 로봇, 인공지능(AI) 등 테마주 순환매 장세가 나타면서 투자자 예탁금이 월 평균 50조원을 웃돌며 증시 거래대금이 양호한 수준을 보인 영향이다. 운용 부문에서는 금리 상승으로 채권·파생 관련 손익이 대체로 부진했지만, 이자수익이 증가하며 이를 상쇄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대형 증권사 중 한국투자증권의 3분기 순이익이 192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국내외 부동산관련 충당금과 평가손실 부담이 완화됐고 미국 IB법인, 홍콩법인 등 글로벌 사업부문의 실적 개선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반면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은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이 각각 29.8%, 7.9% 감소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3분기 76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5개 증권사 중 유일하게 1000억원 미만의 실적을 거뒀다. 해외 부동산 관련 평가손실 등 영향이다.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미국 부동산, 프랑스 부동산, CJ CGV 전환사채 관련 손실 등 일회성 자산 평가손실을 반영했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의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는 2조2000억원에 달하며 이 중 약 1조원은 최근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오피스로 파악된다. 보유 자산의 건전성 수준을 파악할 수 없어 실적 불확실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NH투자증권도 해외 대체자산 비용과 상품 관련 배상금 지급 등 일회성 비용을 반영하며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3분기 순이익이 1007억원에 그치며 컨센서스를 25% 가량 하회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부동산 익스포져가 큰 증권사의 단기 손익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우려도 지속되고 있어 내년 상반기까지는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매크로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PF 이슈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올해 대규모 충당금 적립, 부실채권 상각을 완료했지만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보수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그는 “금리하락에 따른 채권 운용손익 개선, 주식시장 반등에 따른 브로커리지 손익 확대가 기대된다”고 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경기 둔화와 고금리 환경이 유지되는 동안 증권사들의 디레버리징 기조가 지속될 전망이다. 금리 하락기에는 리스크 관리 강화 기조에 접어들면서 영업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며 “리스크 대비 수익성 높은 포트폴리오 중심의 영업 효율성 제고 노력이 장기화될 전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