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안다솜 기자] 정부가 경기 오산·용인·구리 등 5개 지구에 총 8만호 규모 신규 공공주택지구를 조성 계획을 발표하자, 전문가들은 서울 중심의 주택 수요를 분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다만 2027년 사전 청약을 진행하는 만큼 당장의 정책 체감도가 낮고 반도체 클러스터 등에 민간 기업 입주 여부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15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신규 공공주택지구 공급계획은 ‘오산세교3′(3만1000가구), ‘용인이동'(1만6000가구), ‘구리토평2′(1만8500가구) 등 수도권 3곳과 ‘청주분평2′(9000가구), ‘제주화북2′(5500가구) 등 비수도권 2곳을 포함해 총 8만가구에 달하는 규모다.
이중 구리토평2는 한강 변이면서 서울 동부권과 맞닿아 있어 서울·수도권 주민들의 주택 수요가 높은 지역이다. 오산세교3은 화성·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 중심부에 위치하며 고속철도(KTX)가 2025년 개통되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가 예정되는 등 철도교통 기반으로 서울 접근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용인이동은 지난 3월 발표한 첨단시스템 반도체 국가산단에 접해 첨단 정보기술(IT) 인재들의 배후 주거지를 공급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서울 중심 주택 수요를 분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장 공급부족으로 인한 시장의 혼란을 잠재울만큼 체감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입지적으로 주택수요가 많은 서울 근접 지역과 경기 남부지역에 신규택지를 건설하겠다는 의지”라고 분석하며 “기존 매매시장으로 쏠리는 주택수요를 분양시장으로 일부 분산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이미 개발 압력이 높고 수도권 내 대기수요가 있는 유효택지를 확보해 주택 공급의 장기 시그널을 제시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기존 3기 신도시의 저조한 공급 속도에 대한 불만을 다독이고, 내년 서울 입주물량 감소로 인한 전세시장 불안요인을 해소할 단기 해결책으로는 제한적”이라고 평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서울 동남권과 접근성이 뛰어난 경기 지역이 다수 포함돼 향후 서울 주택수요 분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다만 2027년 상반기에 사전청약과 주택 사업계획 승인을 추진한다는 계획으로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당장 시장 안정에 이바지하기보다 향후 대량 주택공급을 통한 심리적 안정 시그널을 주는 것으로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산세교3와 용인이동에 대해선 반도체클러스터 등 각 지역의 미래 계획에 맞춘 택지 선정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민간 기업들의 입주의향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가적으로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산업단지와 주거 등 배후지역을 구축하는 내용”이라며 “오산, 용인 등 수도권과 청주는 이 맥락이기에 좋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함 랩장은 “택지의 정체성을 좌우할 자족 기능이 자리잡기 위해선 반도체 클러스터와 유니콘팩토리 같은 민간 기업들의 입주의향 및 부응이 사전에 조율 전제될 필요가 있다는 점이 미니 신도시로서의 발전가능성에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발표한 신규 택지에 고양대곡과 김포고촌, 하남감북 등 후보지가 빠진 이유에 대해 김오진 국토부 1차관은 “지자체와 관계기관 협의가 끝나고 수요가 있다고 판단된 곳, 서울에서 30㎞ 이내인 곳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진현환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아무리 좋은 입지라도 주변 지역의 반발이 있거나 지자체장의 협조가 없으면 추후 사업 진행이 어려워진다”면서 “기본적으로 해당 지역에서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원하고 협의가 완만하게 돼야 가능하다. 이미 투기 수요가 들어가 지가가 많이 상승한 곳 등은 개발에 상당히 한계가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