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노찬혁 기자]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연고지 이전이 만장일치로 승인되며 라스베이거스 어슬레틱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MLB.com’은 17일(이하 한국시각) ”메이저리그 구단주들은 이번주 회의를 마무리하며 금요일 투표에서 어슬레틱스의 라스베이거스 이전을 승인했다”며 ”리그 구단주 30명은 만장일치로 연고지 이전에 찬성표를 던졌고, 이는 승인에 필요한 75%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어슬레틱스 존 피셔 구단주는 MLB.com과 인터뷰를 통해 ”팬들이 갖고 있는 슬픔과 분노, 실망과 슬픔을 이해한다”며 ”우리는 1968년부터 오랫동안 오클랜드에 머물렀고, 매우 열정적인 팬을 보유하고 있다. 팬들에게는 정말 힘든 날일 것이다”라고 전했다.
월드시리즈 9회 우승에 빛나는 어슬레틱스는 메이저리그 명문 구단이다. 2012년과 2013년 2년 연속으로 아메리칸리그(AL)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했고, 2020년 17번째 우승을 달성하며 AL 서부지구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비교적 최근이었던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3년 연속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영화 ’머니볼’로 유명하다. 빌리 빈(現수석고문) 단장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빈 단장은 1990년대 중반부터 구단주가 예산을 줄인 이후 ‘스몰마켓’으로 운영되던 팀을 이끌고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뒀다. 특히 세이버메트릭스를 활용해 메이저리그에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스몰마켓 구단의 비전을 제시한 인물이다.
빌리 빈 단장이 취임한 후 어슬레틱스는 16년간 0.540에 가까운 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캘리포니아 에인절스(現LA 에인절스)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앞선 세 팀이 막대한 자금을 이용해 좋은 선수들을 영입하는 ’빅마켓’ 팀들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어슬레틱스가 빈 단장과 함께 전성기를 맞이한 것은 1999년부터 2006년까지다. 8년 동안 오클랜드는 승률 0.537 이상을 기록했고, 다섯 번의 플레이오프 진출, 2001년과 2002년에는 각각 102승과 103승을 올렸다. 충격적인 것은 이 기간 동안 어슬레틱스의 페이롤은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20위권 밖이었다는 점이다.
어슬레틱스의 전성기를 이끈 빌리 빈 단장은 2015년 단장 자리에서 물러나 2022년까지 야구 운영 부사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팀의 수석고문을 맡고 있다. 앤드류 프리드먼(LA 다저스), 테오 엡스타인(前시카고 컵스)과 함께 21세기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단장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명문 구단이었던 어슬레틱스가 암흑기에 접어든 것은 2022년이다. 2022시즌 승률 0.370을 기록하면서 2017년 이후 5년 만에 AL 서부지구 최하위를 기록했다. 충격적이었던 점은 2017시즌 승률 0.463으로 5할 승률에 근접했지만, 2022시즌에는 4할 승률도 넘지 못했다는 것이다. 2023시즌에도 50승 112패 승률 0.309으로 3할 승률을 겨우 유지 중이다.
문제는 성적뿐만 아니라 연고지에도 있었다. 어슬레틱스 홈구장인 링센트럴 콜리세움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뛰기 싫어할 정도로 열악했다. 어슬레틱스는 최악의 범죄율을 보이는 오클랜드시의 치안과 개선의 여지가 없는 구장 시설로 인해 연고지 이전 혹은 구장 신축이 늘상 화두였다. 구단은 이전부터 여러 번 오클랜드를 탈출할 기회를 노렸으나,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롭 맨드레드 커미셔너가 취임한 이후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슬레틱스 구단은 메이저리그 동의 하에 라스베이거스 네바다주로 옮기겠다고 선언했다. 오클랜드 시장과 시의원이 캘리포니아 주의원을 동원해 부결을 요청했지만, 2023년 5월 어슬레틱스는 오클랜드에서 새로운 라스베이거스 경기장에 대한 합의에 도달해 구단이 공식적으로 연고지를 이전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네바다 주의회와 주지사는 15억 달러(약 1조 9437억 원) 규모의 경기장을 위한 공공 자금 조달로 최대 3억 8000만 달러(약 4923억 원)를 승인했다. 어슬레틱스 구단은 연고지 이전 승인이 이뤄지자 발 빠르게 라스베이거스 신축 구장 부지를 매입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연고지 이전 위원회를 구성해 심사 및 승인 절차에 들어갔다. 그리고 17일 드디어 어슬레틱스의 연고지 이전이 만장일치로 승인됐다.
이로써 1968년 캔자스 시티에서 연고 이전을 한 이후 전성기를 맞이했던 1989년 월드시리즈 우승, 2002년 빌리 빈 단장의 머니볼 전설 등을 포함한 57년의 역사를 오클랜드와 함께한 어슬레틱스 구단은 제대로 된 지원도, 팬들을 위한 치안 문제 개선하지 못한 채 연고지를 이전하게 됐다.
어슬레틱스 연고지 이전이 확정되기 전 오클랜드 팬들이 발 뻗고 나섰다. 미국 ‘CBS 스포츠’는 13일 ”어슬레틱스 팬들은 구단주들이 오클랜드가 라스베이거스로 이전하는 것에 반대표를 던질 수 있도록 다양한 도구와 함께 ‘STAY IN Oakland’라는 구호를 만들어 메이저리그 구단주들에게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오클랜드 팬들은 어슬레틱스가 오클랜드에 머물기를 바랬다. 왜냐하면 오클랜드시에 있었던 오클랜드 레이더스(現라스베이거스 레이더스)와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를 떠나보냈고, 마지막으로 남은 프로스포츠 팀이었던 어슬레틱스까지 떠나보내게 된다면 한 개의 프로스포츠 구단도 없는 지역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팬들은 연고지 이전을 반대하기 위해 다른 구단의 구단주들이 연고지 이전 위원회 투표에서 반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오클랜드 팬들은 구장을 방치한 오클랜드 시당국을 포함해 구단 투자에 인색한 구단주 존 피셔를 비롯한 어슬레틱스 프런트를 향해 오클랜드에 남거나 구단을 빨리 매각하라며 격렬하게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17일 어슬레틱스 연고지 이전이 확정되며 팬들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메이저리그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오늘이 오클랜드 팬들에게 끔찍한 날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나는 그 점을 이해하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연고지 이전을 피하기 위해 인간적으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는 정책을 유지해온 이유다”라고 전했다.
이어 ”오클랜드의 현 상태가 유지될 수 없는 것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슬레틱스를 라스베이거스에 두는 것은 지역적으로 엄청난 지원이 있다. 우리는 장기적으로 라스베이거스가 메이저리그 야구에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슬레틱스가 곧바로 오클랜드를 떠나는 것은 아니다. 어슬레틱스 신축 구장은 2024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2028년 개막전을 치르는 것이 목표다. 어슬레틱스는 2014년 경기장 10년 연장 계약을 체결해 2024시즌까지 링센트럴 콜리세움 경기장을 사용 권한이 있다. 2025시즌부터는 라스베이거스로 이전하기 전 어슬레틱스가 2027시즌까지 사용할 수 있는 경기장을 찾아야 한다.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어슬레틱스가 홈에서 81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홈 경기장을 찾아야 한다”며 “콜리세움 경기장 임대 연장이 논의 중인 옵션 중 하나”라고 밝혔다. 오클랜드 팬들에게 어슬레틱스를 응원할 수 있는 시간이 짧으면 1년, 많으면 4년 정도 남은 셈이다.
한편, 어슬레틱스 피셔 구단주는 라스베이거스로 이전하더라도 어슬레틱스 이름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피셔 구단주는 ”어슬레틱스는 1901년에 설립됐다. 놀라운 122년의 역사가 있다. 이것은 어슬레틱스가 상징하는 것의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며 우리가 라스베이거스로 가져가고 싶은 것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