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에서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이 이어지고 있다. ‘인색하게 아낀다’는 뜻의 ‘스킴프'(skimp)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기업 등이 재료나 서비스에 들이는 비용을 줄이는 것을 뜻한다.
‘중량 줄이기’라는 뜻의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양을 줄인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보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이 낮아진 것을 소비자들이 눈치채기 어렵기 때문에 스킴플레이션은 ‘가장 교묘한 인플레이션’이라고도 불린다.
과일·오일 함량 감소…소비자 몰래 ‘교묘한 인플레이션’
1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오렌지 주스 원액 가격이 오르자 올해 델몬트 오렌지 주스의 과즙 함량을 줄였다.
오렌지 100% 제품의 과즙 함량을 80%로 줄인 것이다. 그러나 ‘오렌지 100%’라는 문구가 먼저 나오고 제품 하단에 ‘오렌지과즙으로 환원 기준 80%’라고 표시돼 일부 소비자는 제품의 함량이 얼마나 되는지 어렵다는 불만이 제기했다.
오랜 기간 ‘100%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을 사용한다고 강조했던 BBQ는 지난달부터 ‘블렌딩 오일’을 사용하고 있다. 올리브유 50%와 올리브유보다 단가가 낮은 해바라기유 50%를 섞은 기름이다. 당시 BBQ는 해당 내용을 공지하며 “올리브오일 가격이 3배 이상 오른 상황에서 소비자 가격을 동결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식자재값이 올라 식당에서 제공하던 기본 밑반찬의 가짓수가 줄어들거나, 더 저렴한 식자재료 제공할 수 있는 반찬으로 바뀌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인력 절감으로 소비자가 받는 서비스도 이전보다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커피숍, 패스트푸드 등에서 인건비 절감을 위해 도입한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해야 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이에 더해 일각에서는 정부가 기업들에 가격 인상을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가운데 정부의 압박과 소비자 저항을 피해 제품 용량을 줄이거나 값싼 재료로 질을 낮추는 기업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외국에서도 재료 대체·서비스 폐지 등 문제
‘스킴플레이션’은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캐나다 언론에 따르면 ‘퀘이커’는 그래놀라 초코바의 코코아버터 코팅을 값싼 팜유로 대체했다.
영국 슈퍼마켓 체인 세인스베리는 올리브스프레드의 올리브오일 함량을 21%에서 10%로 낮췄다. 또 다른 슈퍼마켓인 모리슨은 과카몰레 제품의 아보카도 함량을 80%에서 77%로 조정했다.
미국 디즈니랜드는 주차장에서 출입구까지 1마일(1.6㎞) 가까운 거리에서 운행하던 트램을 중단해 탐욕스럽게 이윤만 추구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