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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K-우먼]”살면서 차별 겪을 때 투덜대지 않고 질문을 던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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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st 테스트

편집자주아시아경제는 국내외 각계각층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을 ‘파워 K-우먼’으로 선정해 지난달 2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2023 여성리더스포럼’을 통해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성별·인종·장애·가난 등 장벽에 굴하지 않고 경계를 부수거나 뛰어넘어 새롭고 보편적인 가치를 창출한 여성 리더들입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지친 세상에 위로를 주고, 누군가의 롤모델로 자리 잡아 공동체가 나아갈 힘을 줄 것입니다. 차별에 위축되거나 경계에 갇히지 않고 맞서 싸운 사람들을 파워 K-우먼 후보로 뽑아 소개합니다.

“기자님, 노트북에 붙인 게 뭐예요?”

이랑 감독은 마치 자신이 인터뷰를 진행하듯 계속 질문을 던졌다. “다들 평범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질문을 하다 보면 결국 자기 이야기가 술술 나와요.”

대중에게 인디 가수로 알려진 이랑은 감독이자 작가, 만화가이기도 하다. 겉보기엔 다재다능한 ‘엔터테이너’이지만, 실상 그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를 찾아다니는 예술가에 가깝다. 그는 재능의 원천이 어릴 적부터 잃지 않았던 ‘질문하는 힘’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야기를 다루는 사람

‘도전하는 사람 같다’는 질문에 이랑 감독은 “딱히 장르를 넘나든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답했다. 대신 그는 자신을 ‘이야기를 다루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도구와 재료만 달라질 뿐, 직종을 바꾸거나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생각으로 창작에 임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직업이 여러 개라고 느끼진 않아요. 살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그것을 어떻게 풀어내려고 하는 아티스트구나, 라고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있어요.”

그가 가장 처음 가진 직업은 만화가였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월간 잡지 ‘페이퍼’에서 일하며 만화를 게재하다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입학했다. 하지만 영화를 만드는 데에는 현실적인 문제가 뒤따라왔다. 크고 작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는 대학 시절 단편 영화를 제작했고, 졸업 후 ‘출출한 여자’ ‘게임회사 여직원들’ ‘오! 반지하 여신들이여’ 등의 웹드라마 제작에 참여했다. “20대 후반까지는 왜 아무도 나를 모를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후 계속 노력하고 시간이 흘렀더니 이제는 이런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는 게 알려지고 제안을 받기도 했어요.”

음악은 이랑 감독이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또 다른 수단이었다. 이 때문인지 그의 노래 가사들은 유독 한 편의 시를 읽는 것과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전 스킬이 엄청난 연주자나 보컬리스트가 아니라 일기를 읽듯이 이야기하는 노래를 만드는 사람이어서 장르를 넘나드는 느낌은 아니에요. 다만 무대 뒤에 있는 걸 좋아하는 터라 대중 앞에 나서는 건 제게 큰 도전이었어요.”

그렇게 집에서 녹음한 곡을 수록해 만든 1집 음반 ‘욘욘슨’으로 그는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후보에 오르기도 한다. 이어 2집 수록곡 ‘신의 놀이’로 2017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노래’상을 받았다. 2021년 발매한 3집 ‘늑대가 나타났다’로는 서울가요대상 ‘올해의 발견상’을, 2022년 제19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음반’상과 ‘올해의 음반’상을 받았다. 그만이 가진 이야기가 세상에 닿은 결과물이었다.

엔터테이너로서의 장점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우물만 파는 것보단 여러 분야를 오가며 영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창작에는 도움이 됐다. “영화나 드라마 작업을 1년씩 하고 나면 좀 피폐해져요. 그리고 나서 노래를 부르면 다시 힐링이 될 때가 있거든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것도 좋아요.”

이랑 감독은 최근 전시 연출가로서의 행보도 걷고 있다. 지난 5월 목인박물관에서 목소리를 활용해 상여가를 재해석한 작품을 전시했다. 또 지난 달까지는 교토에서 ‘교토 엑스페리먼트’라는 참여형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전시의 주제는 재일교포들이 겪는 차별과 폭력의 경험들이다. “낯선 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갑자기 불시착한 외계인’에 비유해서 생각해보았어요. 지구라는 낯선 땅에 조금 먼저 도착해서 겪어본 외계인들이 ‘내가 살아보니 이렇더라’라고 약간의 팁을 주는 거예요.”

질문의 원동력, 불편함을 인지하는 것

그가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근간에는 질문하는 힘이 있었다. 그 비결에는 자신만의 고유한 창의성과 의문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환경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형화된 삶이 아닌 창작을 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에 자신의 이야기를 끌어낼 기회가 많았다는 것이다. “제가 만들어 놓지 않은 사회에서 태어나 이해가 안 되는 게 너무 많았어요. 어릴 때부터 물어볼 데가 없어서 혼자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계속했던 것 같아요. 제가 지금까지 아티스트나 예술인으로 불릴 수 있는 이유는 질문하는 습관을 버리지 않아서라고 생각해요.”

또 다른 창작의 원천은 살아온 환경 속에서 겪은 가난과 외로움이었다. “창작을 할 수 있게 되기 전에는 단지 ‘투덜이’에 그쳤어요. 울거나 힘들다고 말하는 것이요. 하지만 하나둘 털어놓기 시작하면서 노래가 되고 이야기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 거죠.”

“어릴 땐 단상 위에 있는 사람들이 다 남자이다 보니, 뭐든 남자만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았어요. 하지만 저는 어떻게 해도 남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차별에 대해 체감했어요.” ‘마땅한 것을 누릴 수 없는 것’에 대해 알게 된 그는 주변의 다양한 이웃들에게도 관심을 갖게 됐다. 최근 이랑 감독은 레즈비언 부부 김규진·김세연씨의 베이비샤워 행사에 참석해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여성으로서 느낀 사회적 차별은 이야기 소재로 다시 태어났다. 그가 일상에서 느끼는 차별은 현재 진행형이다. “저한테 대담이나 공연 협업 요청이 오면 대부분 남자가 섭외가 돼 있고 제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때 여자 작가나 아티스트와 함께 하고 싶다고 하면 되게 꺼려해요. 당사자가 아니면 모르는 세세한 차별의 영역이죠.”

그는 삶 속에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읽어보면 여성이 작가가 되기 위해선 몇 파운드의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쓰여 있어요. 하지만 그걸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쓰여 있지 않아요. 그런 딜레마를 주제로 또 노래를 만들고 이야기를 했어요.”

이랑 감독은 모든 사람이 창작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본능이 다 타고나는 것 같아요. 어찌 됐든 이야기에는 힘이 있고 저는 그걸 믿어요. 꼭 창작자가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이 그런 ‘아티스틱함’을 가지고 있어요. 질문하라는 게 어려운 것처럼 보이지만 그냥 지금 내가 나를 채우고 있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 소비하는 것을 먼저 파악하면 그것부터가 시작일 거예요.”

◆이랑 감독은…

이랑 감독은 2012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영화연출 전공 학사를 졸업하고, 2013년 웹드라마 ‘출출한 여자’ ‘게임회사 여직원들’ ‘오! 반지하 여신들이여’ 등의 연출에 참여했다. 2012년 발매한 1집 음반 ‘욘욘슨’으로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후보에 올랐고, 2집 수록곡 ‘신의 놀이’로 2017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노래’상을 받았다. 2021년 발매한 3집 ‘늑대가 나타났다’로는 서울가요대상 ‘올해의 발견상’을, 2022년 제19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음반’상과 ‘올해의 음반’상을 받았다. 올해에는 직접 각본에도 참여한 프로젝트 영화 ‘잘 봤다는 말 대신’을 연출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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