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설비·조직 갖춘 2차 협력업체 소속이면 파견근로 인정 안 돼”
현대차 “판결 존중”…노조 “비정규직 늘어날 것”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황윤기 기자 = 현대차 2차 협력업체 직원들이 불법 파견을 주장하며 근로자 지위를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협력업체 근로자 18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26일 확정했다.
원고 중 15명은 현대차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이른바 ‘사내협력업체’에서 일했다. 나머지 3명은 현대차와 부품공급계약을 체결한 회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업체(2차 협력업체)에 소속돼 배열(서열)·불출 업무를 담당한 근로자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현대차에 2년 넘게 파견 근로를 제공했으므로 파견법에 따라 직접고용 관계가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므로 근로자의 지위를 인정하고 그에 따른 임금을 지급하라며 2017년 3월 소송을 냈다.
사내협력업체 소속 15명은 1·2심 모두 파견 관계가 인정됐다. 작년 10월 대법원도 현대·기아차 생산공장에서 사내협력업체 소속으로 전반적인 공정에서 일한 노동자들에게 파견 관계를 인정했다.
쟁점은 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경우에도 파견 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지였다. 1심 법원은 3명 중 1명에 대해, 2심 법원은 3명 모두에 대해 근로자 지위를 부정했다.
2심 법원은 “(2차 협력업체 소속) 원고들이 피고(현대차)로부터 상당한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 파견 관계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2차 협력업체들이 독자적으로 소속 근로자들에 대해 작업배치권·인사권·근태관리권을 행사했으며 현대차가 이들의 업무 수행에 관여한 바도 없다는 점을 핵심 사유로 들었다.
2차 협력업체들이 도급계약의 목적인 ‘부품물류공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충분한 조직과 설비를 갖추고 있던 점도 근거가 됐다.
근로자들은 현대차가 업무상 필요로 제공한 사양식별표, 서열지 등이 지휘·명령 관계의 증거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단순한 정보 공유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근로자 파견 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이 같은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2차 물류 직무에 관한 불법 파견 소송 가운데 현대차가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한 것은 처음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 이번 판결을 통해 직접생산 공정과 구별되는 부품조달업무 아웃소싱의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는 데 의의가 크다”고 밝혔다.
반면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선고 뒤 기자회견을 열고 “결국 재하청 구조를 합법화하는 대법원의 ‘분리 판결’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wa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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