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보다 4.9% 증가하며 2년 만에 가장 큰 성장세를 보였다. 고금리, 고물가에도 불구하고 올여름 미국 소비자들의 지출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면서 깜짝 성장으로 이어진 것이다. 다만 최근 국채 금리 급등, 누적된 긴축 효과 등을 고려할 때 4분기 이후에도 이러한 성장세가 지속되기는 어렵다는 경고도 쏟아진다.
26일(현지시간) 미 상무부에 따르면 3분기 GDP 증가율(속보치)은 연율 4.9%로 집계됐다. 이는 팬데믹 이후 기저효과로 7.0% 성장률을 기록했던 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성장세다. 전기(2.1%) 대비 급등한 것은 물론,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4.3%),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망치(4.7%)도 모두 상회한다. 미국의 GDP는 속보치, 잠정치, 확정치로 세 차례에 걸쳐 발표된다.
3분기 강력한 성장세를 이끈 것은 소비였다. 개인소비 증가율은 4.0%로 2분기(0.8%) 대비 큰 폭으로 상승했다. 특히 현지에서는 올여름 테일러 스위프트와 비욘세의 순회공연, 영화 ‘바비’와 ‘오펜하이머’의 흥행 등 엔터테인먼트 부문이 미 소비시장을 이끌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민간투자도 8.4% 증가하며 3분기 성장세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2분기 감소했던 주택투자는 3.9% 늘었다. 정부지출도 4.6% 증가했다.
이는 연초만 해도 이맘때 미 경제에 침체에 닥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던 것과 대조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경제가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고용시장 강세를 기반으로 가계 지출이 촉진되면서 (경제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강력한 노동시장은 미 실물경제를 이끄는 소비지출의 기반으로 꼽힌다. 인플레이션이 완화하는 가운데 임금상승은 지속되면서 지출을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앞서 미 노동부가 공개한 9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33만6000개 증가해 시장 예상치(17만개)의 2배에 육박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러한 GDP 성장을 ‘바이드노믹스’ 덕분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나는 결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경기 후퇴가 동반된다는 말을 믿지 않았으며, 실제 인플레이션이 꺾인 이후에도 미국 경제가 성장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다”면서 “바이드노믹스가 뒷받침하는 미 소비자, 노동자들의 유연성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강조했다.
다만 월가에서는 4분기 이후 미 경제에 대한 우려와 경고도 커지고 있다. 누적된 긴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 팬데믹 이후 초과저축 고갈, 급증한 신용카드 연체율 등은 향후 경제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고금리 장기화 전망을 바탕으로 글로벌 벤치마크인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앞서 5%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처럼 높은 시장금리는 주택담보대출, 신용카드, 자동차 구입, 기업대출 등에 대한 차입비용 증가로 이어져 경기 하방압력을 한층 더 키울 수 있다. 이달부터 학자금 대출 상환이 재개되고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대두된 것, 전미자동차노조의 파업이 이어지고 있는 것 역시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경제 탄력성이 곧 시험대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기 둔화 가능성을 경고했다.
최근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빌 애크먼 등 월가 거물들로부터 경기악화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가 쏟아진 이유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최고경영자(CEO)는 내년 세계 경제 전망이 “비관적”이라고 말했다. ‘채권왕’으로 유명한 빌 그로스 역시 엑스에 올린 글을 통해 최근 지방은행들의 붕괴, 오토론 연체율 등을 지적하며 “4분기 침체를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앤드루 헌터 캐피털이코노믹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WSJ에 “4분기에도 소비 증가율이 이 정도 강세를 보인다면 매우 놀라운 일이 될 것”이라며 “금리 인상과 다양한 역풍들로 인해 더 큰 타격을 입히기 시작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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