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성에 ‘원금 보장’ 약속하며 투자 권유…대출까지 알선

“신용카드 번호·비밀번호 요구”…얼마후 800만원 결제

(서울=뉴스1) 서상혁 이기범 홍유진 기자 = “자신이 재벌 3세라고 하고 미국 유명 IT회사 대주주라고도 소개하더라고요. 언변이 너무 좋았습니다. 속으로 ‘정말 대단한 사람이구나’라고 느꼈고요. 그래서 얘기를 더 들어보려는 마음에 연락을 했는데, 결국 이렇게 됐네요”

20대 남성 A씨가 전청조씨를 만난 건 지난 7월 한 온라인 부업 세미나였다. 이름도 밝히지 않았지만 펜싱 사업부터 다양한 활동을 한다고 했다. 특히 “파라다이스 호텔의 후계자다”라는 말에 꽂혔다. 그렇게 그는 전씨의 꼬임에 넘어갔다. A씨는 “결국 제 잘못”이라고 털어놨다.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씨의 재혼 상대였던 전청조씨에 대한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전씨에게 사기 피해를 입었다는 호소가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오고 있어서다. A씨도 그들 중 한명이다. 그가 입은 피해는 8800만원에 이른다.

2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지난 7월 B업체가 운영하는 온라인 부업 세미나에서 전씨를 처음 만났다. 지난 25일 김민석 강서구의회 의원이 전씨와 함께 사기 혐의로 고발한 업체와 동일한 곳이다.

그는 “당시 전씨는 ‘스페셜 게스트’로 등장했는데 ‘내가 누군지 알려줄 수 없지만 재벌 3세’라고 자신을 소개했다”며 “무료로 창업 컨설팅을 해준다고 해 신청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컨설팅 신청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씨는 A씨를 서울 잠실 소재 고급 호텔인 ‘시그니엘’로 불렀다. A씨가 현장에 도착하니 이미 여러 명이 더 있었다고 한다. 당시 컨설팅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후 종료됐다.

‘돈’ 이야기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A씨에 따르면 전씨는 컨설팅 종료 이후 A씨에게 전화를 걸어 “내년에 한 IT기업이 상장하려 한다”며 “내가 아끼는 경호원이랑 지인 5~6명만 투자를 하고 있는데 A씨에게만 정보를 준다”며 투자를 권유했다. “최소 3배의 수익률을 낼 수 있다며 원금 손실 시 원금도 보장하겠다”고도 약속했다.

A씨가 투자 의사를 밝히자, 전씨는 자신의 경호원 C씨의 계좌번호를 불러주며 “최소 6000만원은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A씨가 가진 돈은 4000만원이 전부였다. 그러자 전씨는 대출 중개 플랫폼을 통해 신용대출 예상 금리와 한도를 조회해 보라며 대출을 권유했다.

이같은 방식으로 A씨가 받은 대출은 총 4000만원. 시중은행에서 연 6.09%에 2000만원, 연 12% 카드론 1500만원, 연 10% 저축은행 신용대출 500만원을 받아 마련했다.

전씨는 A씨의 신용카드까지 이용했다. 지난달 A씨에 연락을 해 신용카드 번호와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요구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800만원이 결제됐다.

A씨는 “갑자기 현금화를 해야한다고 하면서 신용카드 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며 “결제 내역을 보니 고급 화장품과 고급 가구를 구매했다”고 말했다. A씨가 “이게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묻자 전씨는 “현금화했다”고만 답했다.

전씨는 자신에 대한 사기 의혹이 확산하자 지난 24일 A씨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법적 대응 준비중에 있고, 악플러들을 다 고소할 예정”이라며 “법적으로 대응할 사람에 포함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A씨가 전씨로부터 돌려받은 금액은 전체의 10% 수준인 850만원이 전부다. A씨는 이르면 다음주 전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할 계획이다.

A씨 외에도 B업체 세미나 수강생 중 다수의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A씨가 수강했던 세미나에는 2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강의를 들었던 사람 거의 다 컨설팅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뉴스1이 B업체 세미나 수강생들에게 확인한 결과 전씨에게 비슷한 투자 권유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지난달 B업체 세미나에 참석했던 직장인 D씨는 “전씨가 ‘애플리케이션 개발 사업을 할 예정인데 같이 할 생각이 없냐’고 물어왔다”며 “찝찝하다는 생각에 바로 거절했다”고 전했다.

김민석 강서구 의원은 B업체 수강생으로부터 제보를 받고 전씨와 업체 대표를 사기 및 사기 미수 혐의로 지난 25일 강서경찰서에 고발하기도 했다.

다만 B업체 대표는 “자신도 피해자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전날 수강생들에게 “전청조 사건으로 인해 저와 많은 분들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된다”며 “전청조에게 투자 사기를 당한 분이 있다면 연락을 달라”는 문자를 보냈다.

현재 강서경찰서는 전 씨의 사기 사건 대한 수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25일 고발장 접수 후 26일 정식으로 사건이 배당됐다.

한편 뉴스1은 전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처로 문자를 보내고 수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서상혁 기자 (hyuk@news1.kr),이기범 기자 (Ktiger@news1.kr),홍유진 기자 (cym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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