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이나 마트의 식품 코너에서 종종 ‘10% 증량’, ‘사이즈 Up’ 표시가 붙은 상품을 보면 언뜻 보면 양을 늘리기 전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우리가 그렇게 느끼는 데에는 수학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닮음비-마트의 ‘사이즈 업’이 사기처럼 느껴지는 이유
수학 교과서에서 배웠던 ‘닮음’을 기억하시나요? 닮음이란 도형에서 모양을 바꾸지 않고 일정한 비율로 크기를 확대 또는 축소한 것을 의미합니다. 1²:2²=1:4가 됩니다. 만약 입체 도형이라면 부피의 비는 1³:2³=1:8이 됩니다. 즉, 한 변의 길이를2배로 늘이면 부피는 무려 8배가 늘어난다는 뜻이 됩니다.
마트에서 ‘10% 증량’ 표시를 봤을 때 의심쩍은 마음이 먼저 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한 변의 길이가 10cm인 정육면체 모양의 두부를 10%만큼 증량한다면 크기가 얼마나 달라질까요?
두부의 부피는 10의 3제곱인 1,000cm³ 이므로, 10%를 증량하면 1,100cm³가 됩니다. 부피가 1,100㎠인 정육면체 두부 한 변의 길이를 구하려면 x³=1,100을 풀면 되므로, x는 약10.3이 됩니다. 전보다 10%를 증량했을 때 두부의 길이는 고작 3mm만 늘어나는 것입니다.
다음은 면적을 계산해 봅시다. (10.3)²은 약 107이 되므로, 두부의 면적은 약 6cm² 밖에 증가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증량된 정도를 길이나 면적으로 환산하면 생각보다 아주 작은 값이 나옵니다. 따라서 10% 증량한 것과 아닌 것의 차이를 육안으로 알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실생활 활용 Tip : 뷔페에서는 욕심을 버리자
뷔페나 무한 리필 식당에서 욕심을 부려 접시에 음식을 잔뜩 담았다가 다 먹지 못하고 남긴 적이 있지 않나요? 이것도 같은 이유 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음식을 두 배 더 많이 담은 경우, 부피로 환산하면 약 2.8배 늘어난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무한 리필 식당에서 과식하고 싶지 않거나 음식물을 남기고 싶지 않다면 겉으로 보이는 양과 실제 양의 차이를 고려해 약간 적은 양의 음식을 접시에 담는 것이 좋습니다. |
이진 탐색-‘빨리 감기’에 숨어 있는 수학의 원리
만약 두꺼운 사전에 색인 표시가 없다면 어떤 방법을 써야 단어를 효율적으로 찾을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다람쥐’라는 단어의 의미를 찾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우선, 사전의 한가운데를 펼칩니다. 그 페이지의 첫 번째 단어를 확인합니다. 가나다순을 고려했을 때, 그 단어가 만약 ‘비둘기’라면 ‘다람쥐’는 ‘비둘기’보다 앞에 있을 것입니다. 사전 앞부분에서 중간쯤 되는 지점을 다시 펼칩니다. 펼친 페이지의 첫 번째 단어가 ‘나비’라면 ‘다람쥐’는 해당 페이지보다 뒷부분에 있을 것입니다.
이를 반복하며 탐색 범위를 좁히면 결국 ‘다람쥐’가 수록된 페이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총 3,216페이지에 이르는 두꺼운 사전일지라도 이와 같은 방법을 최대 열두 번쯤 반복하면 찾고 싶은 단어가 수록된 페이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이진 탐색(Binary Search)’ 이라고 불리는 탐색 알고리즘입니다.
이진 탐색 알고리즘은 인터넷상에서 탐색(검색)이 필요할 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응용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메타)에 로그인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우선, 페이스북(메타)은 여러분의 계정을 확인하기 위해 대용량 데이터베이스 내에서 사용자 이름을 탐색할 것입니다. 사용자 이름이 ‘M’으로 시작된다면, ‘A’부터 순서대로 찾기보다는 중간 부분에서 탐색을 시작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입니다. 이진 탐색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알고리즘은 직면한 문제를 최대한 효율적이고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알고리즘 사고법을 익힌다면 일상에서 만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실생활 활용 Tip : 영화에서 다시 보고 싶은 장면을 찾을 때 영화를 ‘다시 보기’로 볼 때도 이진 탐색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2시간짜리 영화에서 다시 보고 싶은 장면을 찾는다면 어떤 방법을 쓰는 것이 가장 좋을까요? 먼저, 러닝타임에서 절반의 시간이 흐른 1시간 뒤의 시점으로 갑니다. 그리고 찾는 장면이 그보다 앞이면 30분, 뒤면 1시간 30분 시점으로 넘어갑니다. 이를 반복하면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보지 않더라도 원하는 장면을 빠르게 찾을 수 있습니다. 한 편의 영화에서 각 장면이 순서대로 나열되는 점을 단조성으로 파악해 응용한 것입니다. |
수학이 어렵고 쓸모없다는 편견을 버리자
지금보다 하루를 두 배 더 길게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플로차트)
수학을 알면 도박으로 사기당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마틴게일법의 함정)
은행에서 어떤 상품에 들어야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요? (단리와 복리의 차이)
우리가 입고, 쓰고, 먹는 주변의 모든 사물에 수학의 원리가 숨어있기에, 수학을 알면 알수록 실생활에서 접하는 다양한 문제를 논리적으로 잘 해결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수학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일상생활을 누리지 못했을 것입니다. 우리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우리는 매일 수학을 보고, 만지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출근길에 마주치게 되는 도로의 코너 구간은 사고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수학의 원리를 이용한 ‘클로소이드’라는 곡선으로 만들어지며 A4나 B4용지처럼 인쇄할 때 사용하는 모든 종이는 ‘백은비’라는 수학 비율에 맞추어 생산됩니다.
‘소인수분해’를 이용해 인터넷상에서 주고받는 데이터의 보안을 지킨다거나, 벚꽃의 개화 시기를 예측하는 데‘적분법’이 사용되는 등 세상의 모든 것에 수학이 관련되어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수학이 어렵고 재미가 없는 것은 수학이 정말 그래서가 아니라 수험 위주의 수학 교과서와 교육 시스템이 만들어 낸 허상이 아닐까요? 그동안 알지 못한 수학의 매력에 한 걸음 다가가 보세요.
* 이 글은 도서 <아는 만큼 보이는 세상 : 수학 편>을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 아는 만큼 보이는 세상: 수학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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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쓰루사키 히사노리
출판 유노책주
발매 2023.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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