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사람들이 ‘저가’ 표시가 붙은 식료품점에서 장을 보고 있다. 미국 상무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소매 판매는 0.7% 증가해 예상치인 0.3% 증가를 상회했다. 같은 달 소비자물가지수는 3.7% 상승해 8월과 같았다. [AFP] |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5%에 육박하는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발표되자 “미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미 국채금리에 대해서도 “미국 경제의 강세를 반영한 것”이라며 연착륙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옐런 장관은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3분기 GDP 증가율이 연율 4.9%로 집계되며 ‘깜짝 성장세’를 보인 것과 관련, “이것은 강력한 숫자이며, 미국 경제는 매우 잘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같은 속도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지만, 미국은 견조하고 강력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미국 경제는 연착륙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매우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미국 국채금리(10년물)에 대해선 “이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국제적 현상”이라며 “이는 미국 경제의 유연성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 심리가 반영된 것이지, 경기 후퇴의 징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장기적으로 국채 금리는 내려갈 가능성이 있지만, 그러나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다”며 “국채 금리 상승은 분명히 강력한 경제를 반영한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국제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현재까지는 큰 영향은 없으며, 국제 유가도 안정적”이라면서 “확전 시 물론 추가 영향이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앞서 나가는 것은 성급한 일”이라고 밝혔다.
하마스의 배후로 지목된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을 재동결한 것과 관련해선 “해당 자금에서 한 푼도 건드려진 부분이 없다”며 “대부분 한국의 은행에 동결돼 있던 자금은 카타르로 이전돼 이란으로 송금되는 과정에 있었고, 자금은 여전히 그 상태로 있다”고 부연했다. 미 재무부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 이후인 지난 12일 한국의 은행에서 카타르로 이전된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 60억달러에 대해 재동결 조치를 내렸다.
이날 미 상무부는 3분기 GDP 증가율(속보치)이 연율 4.9%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성장세다. 또한 2분기(2.1%) 경제 성장 속도의 두 배인데다, 시장 전망치인 4.7%도 뛰어넘은 것이다.
주요 성장 동력인 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3분기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 미국의 개인소비 증가율은 4.0%로 전분기 0.8% 대비 급증했다. 차입 비용 증가로 하반기 소비가 둔화할 것이란 전망과 달리 소비가 크게 확대됐음을 의미한다.
옐런 장관의 발언과 같이 3분기 ‘깜짝 성장’은 최근 인플레이션 둔화세와 맞물리며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올리는 모습이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3분기 근원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PCE)는 전년대비 2.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분기 3.7%보다 상승폭이 둔화한 것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성명을 내고 “인플레이션이 꺾인 이후에도 미국 경제가 성장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는 바이드노믹스(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슬로건)가 뒷받침하는 미국 소비자의 노동자들의 유연성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자축했다.
민간투자도 8.4% 증가하며 3분기 성장세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특히 2분기 감소했던 주택투자가 3.9% 증가했다. 또한 정부지출은 연방정부 및 지방정부의 지출이 견조하게 지속되면서 4.6% 증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올해 남은 기간과 내년 상반기 둔화하며 약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고물가·고금리 환경 속에 소비 호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낮은 데다, 3분기 소비가 정점을 찍으면서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도 소비지출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등 각종 글로벌 위험이 경제에 부담을 줄 가능성도 있다.
앤드루 헌터 캐피털이코노믹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4분기에도 소비 증가율이 이렇게 강한 상태를 유지한다면 매우 놀라운 일”이라며 “금리 인상과 다른 여러 역풍이 조금 더 큰 타격을 입히기 시작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미국 경제는 앞으로 몇 달 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시장은 여전히 오는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실으면서도, 성장 모멘텀 지속으로 인해 통화정책 긴축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분위기다.
리차드 드샤잘 윌리엄블레어 거시분석가는 “연준의 관점에서 (3분기 GDP는) 금리 인하를 시작할 필요성도, 급하게 금리를 추가 인상할 필요성도 시사하지 않는다”고 분석했고, 크리스 로우 FHN금융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강한 성장은 연준이 여전히 금리 인상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할 것임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손미정 기자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