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사 총액 1조5643억…전년比 65%↑
고금리 충격파에 금융 리스크 ‘일파만파’
국내 신용카드사들이 갖고 있는 자산에서 불거진 연체가 한 해 동안에만 1.5배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를 포함해 카드 값조차 제 때 갚지 못하는 이들이 그만큼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치솟은 금리로 이자 비용 부담이 확대되는 가운데 서민 경제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카드 연체에 균열이 일면서 금융 리스크를 둘러싼 우려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3분기 실적 발표가 이뤄진 신한·KB국민·삼성·우리·하나카드 등 5개 카드사 자산 중 한 달 이상 상환이 밀린 연체액은 지난 달 말 기준 1조56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9% 늘었다.
카드사별로 보면 신한카드에서의 연체액이 5378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56.2% 증가했다. 국민카드 역시 3220억원으로, 삼성카드는 2763억원으로 각각 52.5%와 53.2%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우리카드도 2219억원으로, 하나카드는 2063억원으로 각각 64.6%와 164.5%씩 연체액이 늘었다.
액수뿐 아니라 자산 규모와 비교한 연체율로 봐도 상황은 심각했다. 조사 대상 카드사들의 여신 대비 연체액 비율은 평균 1.33%로 0.53%포인트(p)나 높아졌다.
하나카드의 연체율이 1.66%로 같은 기간 대비 0.89%p 오르며 가장 높았다. 우리카드 역시 13.6%로, 신한카드는 1.35%로 각각 0.45%p와 0.49%p씩 연체율이 상승했다. 국민카드도 1.22%로, 삼성카드는 1.06%로 각각 0.44%p와 0.40%p씩 연체율이 높아졌다.
실생활에 거의 매일 쓰이는 카드 사용을 둘러싸고 연체가 몸집을 불리고 있다는 건 그만큼 서민 경제가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카드 값 연체 시 사실상 정상적인 경제 활동이 힘들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벼랑 끝에 내몰린 서민들이 그 정도로 늘어났다는 방증이다.
여기에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연체까지 더해져 있음을 감안하면 걱정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서민 급전 대출이자 이른바 빚 돌려막기의 최후 보루로 여겨지는 카드사 대출에서의 연체까지 생각하면 취약차주의 현실은 한층 위태로울 수 있다.
문제는 카드업계의 연체 리스크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지속되는 고금리 기조로 이자 부담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비교적 취약 차주가 많은 제2금융권으로서는 여신 위험이 보다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 값이 연체될 정도의 차주라면 다른 대출 상환도 불가능한 처지일 가능성이 크다”며 “같은 연체라도 그 성격이 보다 나쁠 수 있는 여신부터 연착륙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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