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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교통사고 후 사망한 남성의 유족이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 지급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사인이 지병으로 인한 것이고,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이 아니어서 보험금 지급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민사24단독 김지나 부장판사는 A씨 유족이 B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소송에서 지난달 11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2021년 12월 경북의 한 도로에서 차량을 운전하던 중 다른 차량과 정면 충돌했다. 사고 후 A씨는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같은 날 사망했다. A씨가 가입하고 있던 운전자 보험계약의 약관은 ‘피보험자가 상해를 입은 직접적 결과로 사망했을 때에는 보험증권에 기재된 사망보험가입금액을 한도로 한다’고 규정돼 있었다.
A씨 유족은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사 측은 A씨의 사인이 ‘급성심근경색증’으로 판단돼 A씨 사망을 자동차 운행으로 인한 사고로 볼 수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그러자 A씨 유족은 보험금 3억원에 대해 상속 비율대로 B보험사가 지급해야 한다며 지난해 12월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부장판사는 우선 대법원 판례를 들어 “보험약관에서 정한 보험사고 요건인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 중 ‘외래의 사고’라는 것은 상해 또는 사망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적 결함에 기인한 것이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모든 것을 의미한다”며 “이러한 사고의 외래성 및 상해 또는 사망이라는 결과와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해서는 보험금 청구자에게 그 증명책임이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의 경우 “교통사고에 의해 A씨 신체에 가해진 외부 충격과 그로 인해 발생한 상해는 A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공동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감정에서 A씨에게 10년전부터 부정맥이 있었고, 사고 전 아들에게 가슴 답답함을 호소한 점 등을 이유로 A씨 사인이 급성심근경색증이라고 판단한 점을 근거로 삼았다.
또 부검감정 결과 교통사고 후 A씨 신체 손상이 일부 확인되지만 그 정도가 경미해 사인으로 보기엔 어렵고, 이외 전신에서 사인으로 고려할 수 있는 손상이나 병변이 없어 외부 충격이 사인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한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아울러 ‘흉부외상에 의한 심장 손상은 최근에는 자동차 사고에 의한 둔외상이 가장 많다. 흉부외상 후 심근경색증이 동반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기재된 논문도 판단 자료로 삼았다.
김 부장판사는 “교통사고로 인해 A씨 신체에 가해진 충격과 그로 인한 신체의 손상 역시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의 것으로 보기 어려운 이상, 설령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해 A씨의 피보험차량이 손괴되면서 상해를 입는 결과가 발생했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교통사고로 인한 상해의 결과와 사망 사이에 보험사고로 볼 정도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는 교통사고로 인한 여러 단계의 충격과 이에 따른 상해로 인해 사망한 것이 아니라 평소 지병인 급성심근경색증이 갑자기 발현돼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가 교통사고 당시 피보험차량을 운전하던 중 급격하고도 우연한 자동차사고로 인해 상해를 입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A씨 유족이 항소하면서 향후 2심 재판이 이어지게 됐다. 2심 재판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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