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주진우 라이브’를 사랑해주신 여러분 존경과 감사를 올리겠습니다. 언제나 진실의 편에서, 정의의 편에서, 국민의 편에서, 약자의 편에서 여러분과 함께했고 더 함께하고자 했는데 오늘이 마지막인 것 같아서 미안하고 송구스럽습니다.”
박민 한국방송(KBS) 사장 취임 첫날인 13일 갑작스레 하차 통보를 받은 KBS 라디오 프로그램 ‘주진우 라이브’의 진행자 주진우씨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서 청취자들에게 마지막 하차 인사를 전했다.
주씨는 이날 저녁 문화방송(MBC) 라디오 프로그램 ‘신장식의 뉴스하이킥’과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주씨는 “오늘(13일) 아침 9시 넘어 (하차를 통보하는) 전화를 받았다”며 “새로 간부가 되시는 분인데 회사에 오지 말라, 방송 그만두라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했다”고 전했다. 주씨는 라디오 인터뷰에 앞서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해당 간부에게) 청취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했지만 이 간부는 방송 날 해고 통보는 비상식적인 일이고, 예의가 아닌 줄 알지만 안 된다고 했다. (박민) 사장이 워낙 강경해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고 쓰기도 했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는 박 사장 취임 전날(12일) 저녁 라디오센터장 내정자가 ‘주진우 라이브’ 담당 피디에게 전화로 주진우씨의 하차를 통보하고, 제작진이 거부 의사를 밝히자 “사규를 운운하며 겁박까지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주씨뿐 아니라 최경영 기자 사직 이후 라디오 프로그램 ‘최강시사’를 맡아온 후임 진행자(김기화 기자)와 보도본부에서 ‘뉴스9’을 진행해온 이소정 앵커도 하차하거나 교체됐다. ‘주진우 라이브’와 함께 ‘편파 방송’이라고 공격받아온 시사프로그램 ‘더 라이브’(KBS2TV)는 편성표에서 빠졌다.
주씨는 “짐 싸러 (방송사에) 가지도 못했다”며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했지만 저한테 (먼저) 이야기하고 저도 청취자들한테 이야기하고 인사를 하는 것이 예의가 아닌가 생각하는데 (이런 하차는) 굉장히 폭력적”이라고 말했다.
여당에서 ‘주진우 라이브’를 지속적으로 ‘편파 방송’이라고 주장해온 것을 두고는 “국민의힘, 정부 여당에 조금 비판적인 목소리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편파적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진우 라이브에) 국민의힘 쪽 패널들을 훨씬 많이 불렀다”고 덧붙였다.
주씨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는 했지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며 “각 언론사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은 가장 저열한 언론탄압”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주씨는 박민 사장을 향해 “(KBS는) 국민의 방송이 돼야 하는데 박민의 방송이 돼서는 절대 안 된다”며 “오늘 취임식에서 KBS 위기의 원인이 내부에 있다고 했는데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박민 사장”이라고 꼬집었다.
한겨레 이유진 기자 /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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