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유튜브
‘개그맨 김종석’이라고 하면 정확히 어떤 사람을 의미하는지 헷갈리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뚝딱이 아빠’라고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EBS의 어린이 프로그램인 <딩동댕 유치원>의 한 꼭지인 ‘뚝딱이네 집’에서 활약했던 김종석은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중반 사이에 태어난 이들에겐 아주 익숙한 인물이다.
그는 1983년 MBC 공채 3기 개그맨으로 데뷔한 이래 MBC <뽀뽀뽀>를 통해 처음으로 어린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이후 <모두 모두 즐겁게>, <모여라 꿈동산> 등의 프로그램에서 활약한 바 있다. 이에 흥미를 느낀 그는 아예 유아 교육 관련 학위를 따고 관련 분야의 전문가로 나서게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한때 우리 모두의 좋은 친구였던 김종석은 과연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뚝딱이’ 조물주
사진 : EBS <딩동댕 유치원>
공채 개그맨들이 방송사의 어린이 프로그램에 패널로 등장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드문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아예 인생의 향방을 그쪽으로 틀어버리는 것은 아마도 뚝딱이 아빠 김종석이 유일한 케이스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그의 운명을 바꾸어 놓은 EBS <딩동댕 유치원>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을까.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종석이 직접 밝힌 바에 의하면, MBC의 <뽀뽀뽀>에 출연한 것을 보고 EBS에서 김종석에게 “<딩동댕 유치원> MC를 해달라”며 러브콜을 보내왔다고 한다. 솔깃한 제안이었으나, 그렇게 되면 기존의 수입이 너무 줄어들게 될 것 같아 고민을 했다는 것이 그의 사연이었다. 이에 그는 선배인 김병조에게 조언을 구하게 된다. 그리고 이때 김병조가 남긴 충고가 김종석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네가 성취감을 느끼는 일을 해라”라는 게 그의 조언이었다.
사진 : EBS 스토리
그렇게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움직인 결과, EBS <딩동댕 유치원>은 어린이 프로그램들 중 후발주자였음에도 불구하고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냥 ‘방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어린이들을 사랑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김종석은 “공중파 프로그램 10개를 다 버려도, 생활이 빈곤해져도 돌아보지 않겠다. 그 길로 쭉 간다”라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그런 마음으로 만든 캐릭터가 바로 ‘뚝딱이’였다. 지금이야 뽀로로나 타요 등, 국산 캐릭터들이 어린이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뚝딱이가 처음으로 방송에 등장했던 199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마땅한 ‘어린이용 국산 캐릭터’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뚝딱이는 유아 캐릭터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두었고, 그때부터 김종석도 자연스럽게 ‘뚝딱이 아빠’로서 살아가게 되었다. 뚝딱이의 선전 이후 등장한 것이 뿡뿡이였고, 이후 EBS는 어린이 캐릭터 산업계에서 ‘한 가닥’ 하는 위치를 점하게 된다. 최근 뚝딱이가 펭수에게 ‘꼰대 선배’처럼 이른 바 ‘라떼는 말이야’를 시전하는 캐릭터가 된 배경에는 이 같은 사연이 있었다. 어찌 보면 ‘충분히 그럴 만한’ 역사를 가진 캐릭터였던 셈이다.
알고 보니 가수?
사진 : 유튜브
과거 김종석은 뚝딱이의 인기에 힘입어, ‘가수 데뷔’까지 한 적이 있다. 물론 전업 가수로 나선 것은 아니고, 이벤트용 음반이었다. 그는 지난 2000년 연말, <뚝딱이와 뚝딱이 아빠의 테크노 캐롤>이라는 캐롤 앨범을 냈다. 총 15곡이 수록되어 있는 해당 앨범은 지금도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감상해볼 수 있다.
사진 :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펭TV>
이후 뚝딱이 아빠 김종석은 전국을 누비며 어린이들을 만나는 활동을 해왔다. 그 가운데에 간간이 방송활동도 하긴 했지만, <딩동댕 유치원>을 제외한 TV프로그램에서는 거의 얼굴을 볼 수 없는 것이 사실이었다. 이에 EBS <딩동댕 유치원>을 보고 자란 세대들이 자연스럽게 뚝딱이 아빠를 찾게 되었다. 특히,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종이접기 전문가인 ‘김영만 아저씨’가 등장했을 당시 “뚝딱이 아빠나 깔깔 마녀도 보고 싶다”라는 네티즌들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고 한다.
뚝딱이 ‘리부트’
사진 : 유튜브 채널 <뚝딱TV>
지난해, EBS 자체 캐릭터인 ‘펭수’가 유튜브 채널 개설로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리게 되면서 뚝딱이도 다시 한번 재조명을 받게 되었다. 이에 김종석 역시 펭수 전용 채널인 <자이언트 펭TV>에 뚝딱이와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그 이후, 펭수와 뚝딱이의 관계성이 큰 인기를 끌게 되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유튜브 채널 <뚝딱TV>의 개설로 이어지게 되었다. 말하자면 뚝딱이가 ‘리부트’를 겪게 된 셈이다.
사진 : 유튜브 채널 <뚝딱이TV>
제작진도 처음에는 ‘뚝딱이 리부트’의 성공을 반신반의했던 모양이다. 애초에 해당 채널은 네 개의 영상을 업로드 한 이후에도 구독자 2,500명을 넘기지 못하면 폐간 수순을 밟도록 되어 있었다고 한다. 제작진은 <뚝딱TV>가 이 미션을 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현재 <뚝딱TV>는 구독자 4만 8천여 명을 거느린 인기 채널이 되었다. 1996년도에 만든 캐릭터가 20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뉴미디어 시대에 발맞춰 새로이 인기를 얻고 있으니, 김종석으로서는 감회가 남다른 일일 것이다.
김종석의 근황은?
사진 :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
김종석은 현재 서정대학교 유아교육과의 부교수로 재직하면서 후진 양성에 매진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2014년도에는 팔당에 위치한 카페인 ‘벨스타 커피’를 개업했다. 그리고 카페 운영도 성공을 거두면서, 양수리에 ‘벨스타 커피 2호점’을 낼 계획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숲 유치원의 이사장을 맡아 어린이들과의 만남 역시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사진 :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펭TV>
어린이들이 실망할까 봐 자신의 사생활을 거의 밝히지 않는다는 김종석. 그는 그게 “어린이들과의 무언의 약속이자, 어른으로서의 도리”라고 말한다. 이처럼 누구보다도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김종석이 앞으로도 계속 어린이들의 좋은 친구로 남아주길 바라는 바이다.
글 : 이희주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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