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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판매 1위, 프리미엄 세단을 대표하는 ‘벤츠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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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회사인 ‘벤츠’를 모르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독일 다임러 그룹 산하의 고급 자동차 회사인 ‘메르세데스-벤츠(Mercedes-Benz)’의 역사는 곧 자동차의 역사와도 같다. 1926년 6월 28일 설립된 이 회사의 차량은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고급차’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자동차 브랜드로 자리를 잡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메르세데스-벤츠의 인기는 높은데, 놀랍게도 작년에는 국내에서 수입차 판매량 1위는 물론 쌍용자동차와 한국GM을 앞지르고 국내 전체 자동차 판매 순위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한 바 있다.

 

 

독보적인 기술력의 자동차 기업

내연 자동차의 역사와 함께 한 독일의 자동차 기업, 메르세데스-벤츠

독일의 기술자이자 기업인인 ‘카를 프리드리히 벤츠(Karl Friedrich Benz)’는 가솔린 내연기관을 발명한 인물이다. 1878년 가스 고속 엔진을 발명하고, 1885년에 만들어진 최초의 가솔린 엔진을 이용한 3륜차 ‘모토바겐(Motorwagen)’도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는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만하임에 벤츠 공장을 만들었으며, 1926년에는 다임러 자동차 회사와 통합해 ‘다임러 벤츠’로 사명을 바꾸게 된다. 이때 만들어진 자동차 브랜드의 이름이 ‘메르세데스 벤츠’였다. 벤츠는 카를 프리드리히 벤츠의 이름에서, 그리고 메르세데스는 다임러 사의 딜러이자 외교관이었던 에밀 옐리네크의 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출범 이후 쭉 메르세데스-벤츠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였다. 이들은 GM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기술력의 측면에서는 누구도 의심을 하지 않을 만큼 독보적인 위치를 자랑한다. 라이벌로 여겨지는 BMW도 1970년대까지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에 비해 한 수 아래로 여겨질 정도였다. BMW, 아우디와 메르세데스-벤츠는 세계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의 약 7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메르세데스-벤츠의 점유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의 성장,
그리고 부침

현재 벤츠코리아의 사장직을 맡고 있는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가 한국과 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2년 현대자동차는 메르세데스-벤츠와 버스 기술제휴를 하며 고속버스를 라이선스 생산한 바 있다. 이는 박정희 정부에서 완제품 버스 수입 금지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으로, 그전까지 완제품을 수입해 오던 메르세데스-벤츠 O302 버스를 1972년 11월부터 1976년 11월까지 국내에서 생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후 현대자동차는 후속 차량인 O303을 1976년 11월부터 1979년 6월까지 역시 국내에서 생산한 바 있다.

1985년, 말레이시아 Hap Seng 그룹 계열인 레이싱홍그룹이 우리나라에 한성자동차를 설립했다. 그리고 1987년 7월 정부가 자동차의 수입자율화를 허용한다고 발표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고급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한꺼번에 폭발했다. 한성자동차는 국내 벤츠 수입 물량의 절반가량을 소화하면서 성장했고, 벤츠와 한성자동차의 성장세는 1997년 외환위기 때까지 쭉 이어졌다. 하지만 외환위기가 닥치자 메르세데스-벤츠의 국내 판매량은 급격히 감소하고, 메르세데스-벤츠의 국내 사업도 급격히 위축되게 된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2002년 출범하다

한성자동차가 49%의 지분을 가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설립되다

길었던 외환위기의 여파가 가신 2002년, 수입차의 판매량은 다시금 상승하기 시작했다.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1%를 넘어섰고, 폭락했던 메르세데스-벤츠의 판매량도 다시 증가세를 탔다. 이 시점에서 메르세데스-벤츠는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기 위해 한국 지사를 설립하게 된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라는 이름의 한국 지사는 메르세데스-벤츠가 51%를, 그리고 한성자동차가 49%의 지분율을 가진 회사로 2002년 출범했다.

외환위기를 넘어선 이후 국내에 유통되는 수입차의 종류는 다양해졌다. 고급 수입차에 대한 수요는 꾸준했고, 여기에 보급형 차량의 수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수입차의 점유율은 점차 높아졌다. 2007년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5%를 넘어섰으며, 이듬해에는 6%를 돌파했다. 그리고 2010년에 이르러서는 역대 최초로 연간 판매량 9만 대를 넘겼다. 수입차가 전반적인 성장을 이룰 때, 메르세데스-벤츠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지금과는 달랐다. BMW에 이은 만년 2위였던 것이다.

 

 

경쟁자들의 실수,
반사이익을 누리다

현재는 커진 규모만큼 한국에서의 사회활동에도 벤츠코리아는 열을 올리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함께 수입차 시장에서 경쟁하던 플레이어는 크게 세 회사로 압축된다. 폭스바겐과 BMW, 그리고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다. 엎치락뒤치락하던 점유율은 작년을 기점으로 완전히 뒤집혀, 현재는 메르세데스-벤츠 독주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선전한 덕도 있지만, 그보다는 경쟁자들의 ‘자진탈락’으로 인한 현상으로도 읽을 수 있다.

폭스바겐은 2015년 ‘디젤게이트’를 일으켰다. 독일 폭스바겐그룹이 디젤 엔진의 배출가스량을 조작해 판매한 정황이 포착됐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이 사건의 여파로 폭스바겐 계열의 차량 중 일부 모델이 판매 정지됐다. 2018년에는 메르세데스-벤츠의 강력한 경쟁자인 BMW의 차량들이 연이어 원인미상의 화재를 일으켰으며, BMW는 13개 차종 1,700여 대의 연료 호스 결함을 인정하고 리콜 조치를 시행했다. 일본 수입차의 경우에는 일본과 빚어진 한일무역분쟁으로 인해 작년부터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경쟁자들의 어려움은 메르세데스-벤츠에 커다란 반사이익을 가져다주게 된다.

 

 

2020년에도 벤츠의 독주는
이어질 것

국내에서 벤츠코리아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E클래스

메르세데스-벤츠의 회사 차원에서의 노력도 있었다. 고급차 브랜드의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국내 시장에 대한 투자를 이어간 덕이었다. 이들은 2017년 한국에 진출한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첫 기록으로 E클래스 단일모델 연 3만 대 판매기록, 연간 국내 판매량 총 6만 대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그리고 작년에 이르러서는 전년도 대비 10.4%가 성장한 총 78,133대의 역대 최고 판매량을 기록하며 4년 연속 수입차 판매 1위를 달성하게 된다. 현재 벤츠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에 이어 국내 시장에서 판매량 3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제 한국 시장은 메르세데스-벤츠에게 있어서는 세계에서 중국, 독일, 미국, 영국 다음으로 큰 다섯 번째 시장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를 기회로 삼아 이들은 올해 국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9종의 신차와 6종의 부분 변경 모델이 2020년 국내에 출시될 예정이며, 2016년부터 운영 중인 스타트업 협업 플랫폼 ‘스타트업 아우토반’을 통해 국내 스타트업 발굴과 모빌리티 사업 강화도 계획돼 있다. 일각에서는 매번 비싸게 책정되는 차량의 가격 때문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변이 없는 한 2020년에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더 성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올해에도 독일 브랜드들이 물량 부족의 문제를, 일본 브랜드들의 불매운동 영향으로 인한 곤란을 겪으면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한국 시장 독주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중이다.

글 : 최덕수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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