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를 하면 왠지 모르게 공부가 더 잘 되는 것 같다. 그러나 펜으로 리듬 타고, 고개를 까닥거리며 공부하는 자녀를 못마땅해 하는 부모님은 ‘그래가지고 공부가 되겠냐’라고 다그친다. 이 상황, 어디선가 본 듯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은가? 많은 가정에서 벌어지는 갈등일 것이다. 한편, 음악과 학습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는 지속적으로 진행돼 왔다. 1993년 발표된 ‘모차르트 효과’도 이에 속한다. 과학저널 ‘네이처’에 ‘모차르트 음악은 공간-추론 능력을 향상시킨다 연구 결과가 소개되면서 한때 ‘모차르트 효과’ 열풍이 불었다. 그러나 이후 미국의 케네스 스틸 박사 연구팀이 똑같은 실험을 진행했지만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모차르트 효과에 의구심을 품었다. 현재는 모차르트 효과는 과장되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공부하면서 음악을 들으면 정말로 능률이 높아질까? 아님 여러 부모님의 우려처럼 음악은 그저 공부에 방해일 뿐일까?
공부하면서 음악 듣는 건 도움이 된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궁금해할 이 내용은 아쉽게도 정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여전히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이에 대한 연구를 발표하고 있지만, 여러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어떤 연구에서는 음악이 공부할 때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고 또 다른 연구에서는 공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하기도 한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보도에 따르면 런던의 임상심리학자 엠마 그레이 박사가 음악이 학습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더니 팝송이 학습 능력이나 집중력을 높이는 데 효과가 나타났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일부 팝송을 들으면 뇌의 학습 능력이 높아져 기억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그레이 박사는 ‘공부할 때 음악을 들으면서 하는 것이 듣지 않는 것보다 학습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음악이 심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학 같은 계산 능력을 요하는 과목에는 일부 클래식 음악이, 논리적 사고를 요하는 인문학 공부에는 마일리 사이러스의 ‘We Can’t Stop’,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Mirrors’ 등의 팝송이, 창의력을 자극하는 예술 등의 학습에는 케이티 페리의 ‘Firework’가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공부하면서 음악 듣는 건 도움이 안 된다?
반면 음악 감상을 하면서 공부에 임하는 것은 작업 수행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도 많은 편이다. 심리분석 분야 국제학술지 ‘응용인지심리학술지’에 게재된 내용에 따르면 엠마 스레드골드 영국 센트럴랭커셔대 심리학부 연구원팀은 ‘음악은 종류에 상관없이 창의적인 작업 수행 능력을 저해한다’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19~56세 남녀를 대상으로 언어 창의력 검사(복합원격연상검사(CRATs))를 진행한 결과, 익숙한 음악이든, 익숙하지 않은 음악이든, 조용한 환경에서 어떤 음악을 들으며 문제를 풀 때 정답률이 현저히 낮아졌다고 밝혔다.
한편, 공부의 복잡성, 성격, 노래 분위기 등에 따라 그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단순 단어 암기 등 가벼운 공부에는 노래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높은 사고력을 요하는 공부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아울러 뉴욕시립대 마누엘 곤잘레스 연구원은 같은 음악을 들어도 외향적인 사람들은 일의 능률이 오르지만, 내향적인 사람들은 반대로 능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연구된 바로는 공부하면서 음악을 듣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 명확하게 집어 말하기는 힘들다. 다만, 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최호진 교수는 한 언론 보도에서 오랫동안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하는 습관을 들였다면 그 습관을 바꾸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백색소음은 도움 될까?
그렇다면 백색소음은 어떨까? 최근 몇 년 전부터 기존의 독서실처럼 적막한 공간보다는 적당한 소음이 있는 공간에서 공부가 잘된다 하여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거나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리는 카페에서 공부하는 ‘카공족’이 늘고 있다. 일명 ‘착한 소음’이라고도 불리는 백색 소음은 어떤 효과가 있을까? 2012년 미국 시카고대 소비자연구저널의 연구진은 ‘정적인 것보다 백색소음의 주파수에 해당하는 50~70dB의 소음이 집중력, 창의력을 높이는 데 더 큰 도움을 준다’라고 발표했다. 이외에도 백색소음은 뇌파를 안정시켜 심신 이완을 유도해 불면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에게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국제 학술지, ‘Frontiers in Neurology’에는 건강한 성인에게 수면 전 백색소음을 들려준 결과 평균 수면 대기 시간이 38% 줄었으며 평상시 취침 시간보다 90분 더 일찍 잠자리에 든다는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
그러나 백색소음마저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2018년 미국 아이오와 대학교 연구팀은 백색 소음도 뇌 기능을 떨어뜨리고 뇌가 노화되는 과정을 촉진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80dB 이상의 백색소음은 오히려 수면이나 집중력 등에 방해를 줄 수 있으며 백색소음에 오랜 기간 노출될 경우 청력을 손상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백색소음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오히려 입면 장애가 올 수 있으니 잠자기 전 1~2시간 정도 듣는 수준의 ‘수면 보조도구’ 정도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권장했다.
운동하면서 음악 듣는 건 어떤 효과가 있을까?
한편, 음악을 들으면서 운동하면 운동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2016년 일본 도호쿠대 마사히로 코즈키 교수 연구팀은 성인남녀 26명을 대상으로 심장박동의 변화를 분석해 운동과 음악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운동하면 심장질환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부상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영국 브루넬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록이나 팝 음악을 들으며 운동했을 때 지구력이 평균 15% 상승했고, 피로 유발 물질인 젖산이 천천히 분비돼 힘을 덜 들이고 더 오랫동안 운동할 수 있고, 부상 위험까지 줄어든다고 밝혔다. 다만 지나치게 느린 음악은 오히려 피로를 누적하고, 박자가 불규칙한 음악은 운동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전했다. 운동할 때 듣기 좋은 음악의 속도는 대략 1초에 두 번 울리는 박자인 ‘120~140BPM’이라고 알려졌다.
글 : 이윤서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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