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한결같은 이미지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배우들도 있는 한편, 작품마다 완벽히 다른 모습으로 여러 가지 모습을 선보이면서 눈길을 끄는 배우들도 있다. 후자의 경우를 두고 ‘메소드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라고 부른다. 말하자면 극중 인물에 완벽하게 몰입하여, 그야말로 물아일체의 경지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들은 단순히 연기만을 최대치로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다. 외모마저도 극중 배역에 맞추어 완벽하게 탈바꿈해버린다. 그 덕분에 동일 인물인지 아닌지, 의도치 않게 관객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오늘은 이처럼 천의 얼굴을 가진 할리우드 배우 10인을 함께 만나보도록 하자.
틸다 스윈튼
(나니아 연대기-설국열차)
사진 : 영화 <나니아 연대기>
사진 : 영화 <설국열차>
큰 키에 어딘가 모르게 비현실적인 아우라를 뿜어내는 배우 틸다 스윈튼. 그녀는 배역마다 완벽히 다른 인물로 확확 바뀌는 할리우드 최고의 변신의 귀재이다. 2005년작인 영화 <나니아 연대기-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에서는 특유의 차가운 분위기를 십분 활용하여 하얀 마녀 역으로 출연했던 그녀가 2013년작인 <설국열차>에서는 괴팍하고 악랄한 메이슨 역으로 출연하는 식이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동일 인물임을 캐치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레이첼 맥아담스
(퀸카로 살아남는 법-어바웃 타임)
사진 :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
사진 : 영화 <어바웃타임>
미소가 사랑스러운 배우 레이첼 맥아담스도 캐릭터에 따라 극과 극의 모습을 오간다. 하이틴 뮤비의 마스터피스라 일컬어지는 2004년작, <퀸카로 살아남는 법>에서는 온갖 권모술수로 친구들 사이를 이간질하는 악녀 레지나 조지로, 그리고 2013년작인 <어바웃 타임>에서는 선하고 사랑스러운 여인 메리로 분하여 전혀 다른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참고로 팬들 사이에서는 레이첼 맥아담스가 금발일 땐 악역을, 갈색 머리칼을 했을 때엔 선역을 맡는다는 공식도 떠돌고는 한다.
로드리고 산토로
(러브 액츄얼리-300)
사진 : 영화 <러브 액츄얼리>
사진 : 영화 <300>
브라질 출신 배우인 로드리고 산토로도 ‘변신 끝판왕’으로 손꼽히는 할리우드 배우 중 하나이다. 그는 신인 시절이었던 지난 2003년, <러브 액츄얼리>에서 부드럽고 젠틀한 칼 역할로 로라 리니와 러브라인을 형성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당시 그를 스타덤에 올려놓았던 것은 그의 그림같이 아름다운 외모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 후, 그는 180도 다른 모습으로 관객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삭발에 짙은 화장을 한 크세르크세스 황제 역을 맡아 남다른 카리스마를 선보였던 것이다.
게리 올드만
(레옹-해리포터)
사진 : 영화 <레옹>
사진 :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
연기력 하나는 할리우드 배우 중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것으로 이름난 게리 올드만. 그 역시도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메소드 연기파이다. 그 예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영화 <레옹>과 <해리포터> 시리즈이다. <레옹>에서 게리 올드만은 약에 취한 악인 스탠스 필드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반면, <해리포터> 시리즈에서는 주인공 해리의 대부 역할인 시리우스 블랙을 맡아 정의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히스 레저
(브로크백 마운틴-다크나이트)
사진 :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사진 : 영화 <다크나이트>
이른 나이에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여 팬들의 마음속에 더욱 깊이 남은 배우 히스 레저. 1990년대 후반, 하이틴 무비인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해가 갈수록 더욱더 깊은 연기를 관객들에게 선사하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극과 극의 모습을 선보였던 것은 바로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과 <다크 나이트>에서였다. <브로크백 마운틴>에서는 순박하고 마음 약한 에니스 역을 맡았던 그가, 몇 년 후 <다크 나이트>에서는 광기에 찬 조커 역을 맡아 명연기를 펼쳤기 때문이다.
샤를리즈 테론
(이탈리안 잡-몬스터)
사진 : 영화 <이탈리안 잡>
사진 : 영화 <몬스터>
할리우드 대표 미녀배우인 샤를리즈 테론. 그녀도 여러 작품을 오가면서 각기 다른 인물로 완벽한 변신을 거듭 이어왔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케이퍼 무비인 <이탈리안 잡>의 스타일리시하고 아름다운 스텔라 역할과 퀴어 무비 <몬스터>에서 보여주었던 사랑으로 살인까지 저지른 인물 에일린 역할이었다. 특히 <몬스터>의 에일린 역할을 맡기 위해 샤를리즈 테론은 일부러 피부를 망가뜨리고 몸무게를 증량하는 등의 노력도 마다하지 않았다. 두 작품이 같은 해에 개봉한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만다 사이프리드
(맘마미아-클로이)
사진 : 영화 <맘마미아>
사진 : 영화 <클로이>
사랑스러운 이미지로 한국 관객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은 배우 아만다 사이프리드 역시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을 선보여왔다. 2004년작인 <퀸카로 살아남는 법>에서는 백치미 넘치는 여고생으로 등장했던 그녀가 2013년작인 <러브레이스>에서는 세파에 찌든 포르노 스타로 출연하는 식이다.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던 영화 <맘마미아> 속 밝고 천진한 소피, 그리고 2010년작인 <클로이> 속의 비밀스럽고 치명적인 여인 클로이 역시 극과 극의 속성을 지닌 캐릭터라 할 수 있다.
크리스찬 베일
(아메리칸 사이코-다크나이트)
사진 :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
사진 : 영화 <다크나이트>
크리스찬 베일 역시 연기하고 싶은 인물이 있으면 건강을 해쳐가면서까지 외양을 변신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천재적인 연기력이야 두말할 것도 없다. 그의 수많은 필모그래피들 중에서도 가장 반대의 속성을 지닌 작품을 두 개만 꼽자면 <아메리칸 사이코>와 <다크나이트>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아메리칸 사이코>에서는 겉으론 번지르르한 여피족이지만, 알고 보면 난교와 살인을 즐기는 미치광이 패트릭으로 등장했던 그가 <다크나이트>에서는 정의를 위해 어둠 속에 숨는 것도 마다 않는 배트맨 역할로 분했기 때문이다.
사무엘 L. 잭슨
(어벤져스-킹스맨)
사진 : 영화 <어벤져스>
사진 :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
사무엘 L. 잭슨은 한국 관객에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속 ‘닉 퓨리’ 역으로 친숙한 배우이다. 쉴드의 국장 역을 맡아 무게감 있고 진중한 연기를 선보였던 그는, 영화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에서는 닉 퓨리와 정반대되는 인물인 발렌타인 역할을 맡아 명연기를 펼쳤다. 매번 인류를 구원하고자 하는 닉 퓨리와는 달리, 발렌타인은 힙합퍼의 외양을 하고서 시종일관 장난스럽고 건들거리는 태도로 전 세계를 아무렇지 않게 위험에 빠뜨리는 인물이다.
헬레나 본햄카터
(찰리와 초콜릿 공장-해리포터)
사진 :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
사진 : 영화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
영국 출신인 헬레나 본햄카터도 수많은 영화에서 수많은 역할로 관객들과 만나왔다. 그리고 그녀의 출연작들 중 가장 반대되는 두 인물을 꼽자면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다정한 엄마 역과, <해리포터>의 최고의 악역, 벨라트릭스 레스트랭 역할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그녀는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마법 약을 먹고 벨라트릭스로 변신한 헤르미온느의 연기를 선보인 바 있는데, 헤르미온느 역인 엠마 왓슨의 표정, 말투, 몸짓까지 완벽하게 카피하여 놀라움을 안겨주기도 했다.
글 : 이희주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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