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정윤석 SNS
2008년도에서 2009년도 사이 SBS에서 방영되었던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은 자극적인 설정과 빠른 전개, 그리고 캐릭터들의 열연으로 범국민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주요 인물들의 아들인 ‘니노’ 역할로 출연했던 아역배우 정윤석이 있었다. 정윤석은 이른바 ‘바가지 머리’를 하고 등장하여 되바라진 연기를 제대로 선보였고, 단숨에 ‘국민 아역배우’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지금, ‘니노’ 정윤석의 근황을 궁금해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속속 들려오고 있다. 어렸을 때의 모습만 기억하는 탓에 정윤석이 꾸준히 활동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그는 사실 <아내의 유혹>이후에도 쉼 없이 달리면서 꾸준히 배우로서의 행보를 밟아오고 있었다. 그럼 지금부터 ‘니노’가 아닌 ‘정윤석’의 궤적을 함께 따라가보도록 하자.
조선족 부모의 늦둥이 아들
사진 : SBS <왕과 나>
정윤석은 지난 2006년도, MBC 드라마 <주몽>으로 데뷔했다. 2003년생인 그는 당시 겨우 네 살에 불과했으나, 깜찍한 외모와 또랑또랑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연기 생활을 시작한 것은 주변의 추천 덕분이었다. 정윤석의 인형 같은 외모에서 스타의 싹을 지인이 미리 알아보았던 것이다. 쌍꺼풀이 짙게 진 얼굴은 얼핏 보기에 상당히 이국적이었기에 정윤석을 혼혈로 오해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으나, 사실 그는 중국 흑룡강성 출신인 조선족 부부의 늦둥이 아들이었다.
사진 : MBC <주몽>
그러한 정윤석 가족의 사연이 KBS <인간극장>을 통해 방영되기도 했다. 정윤석은 그의 부모가 마흔이 넘어 얻은 늦둥이로,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한국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가리는 것 없이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어려운 생활을 이어왔다고 한다. 특히 <인간극장> 방영분 중 새벽 일찍 일을 하러 나가는 아버지의 가방에 몰래 사탕을 집어넣는 어린 정윤석의 모습이 포착되어 시청자들을 감동하게 만들기도 했다.
아역배우로서의 정윤석의 활약 뒤에는 그의 어머니인 정옥녀 씨가 있었다. 정옥녀 씨는 상대 역할을 맡아 아들과 대사를 맞추는 것은 물론, 연기지도를 직접 도맡기도 했으며, 만약 극중 사투리 연기가 필요하다면 해당 지역 출신의 사람을 찾아가 그 억양을 배워오는 열정까지 두루 갖춘 어머니였다. 만약 정옥녀 씨의 정성이 없었다면 아마 <아내의 유혹>의 니노도, 그 이후의 배우 생활도 없었을 것이다.
아내의 유혹 ‘잔망 니노’
사진 : SBS <아내의 유혹>
<아내의 유혹>의 인기만큼이나 ‘니노’의 인기 역시 대단했다. 등장 초반만 해도 다소 어설펐던 정윤석의 연기는 회가 거듭할수록 급성장했고, 결국 극의 후반부에서는 탄탄한 연기력으로 유명한 배우 장서희와 맞붙어도 기에서 밀리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시청자들 역시 ‘잔망 니노’라는 애칭까지 지어주면서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냈다. 그 결과, 정윤석은 2009년 SBS 연기대상에서 남자 아역상을 수상할 수 있게 되었다. 수상 당시 정윤석은 당차게 영어 소감을 선보여 시청자들을 다시 한번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사진 : SBS <아내의 유혹>
하지만 좋은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니노 역할이 워낙 맹랑한 면이 있다 보니, 실제 정윤석 역시 니노와 비슷할 것이라는 편견을 가진 이들도 적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는 완벽한 오해였다. 다수의 관계자들이 “윤석이는 극중 니노와 정반대”라며 증언을 하고 나섰던 것이다. 당시 정윤석은 “니노 역할이 착하지만은 않은데, 맡아서 연기를 해보니 어떻냐”라는 어머니 정옥녀 씨의 질문에 “드라마 배역이니까 하는 거죠”라고 답하는 어른스러운 면모까지 갖춘 아이였다.
배우로서의 성장
사진 : MBC <스캔들: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
그러나 <아내의 유혹> 이후 정윤석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대중들이 으레 그렇듯, 점차 성장하면서 어린이
티를 벗은 아역배우에게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정윤석은 쉼 없이 연기활동을 이어왔다. 드라마 <굿 닥터>, <정도전>, <왔다 장보리>, <황금무지개>, 그리고 영화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 <슬로우 비디오>, <타짜-신의 손>까지 그가 출연한 작품은 셀 수도 없이 많다.
사진 : KBS 2TV <아이가 다섯>
정윤석이 다시 한번 시청자들에게 자신을 각인시켰던 것은 KBS 드라마였던 <아이가 다섯>, 그리고 <장영실>에 연이어 출연했을 때였다. <아이가 다섯>에서 소유진의 아들인 ‘우영’ 역으로 출연했던 정윤석은 훌쩍 자란 키만큼이나 성장한 연기력을 선보였다. 이혼 가정에서 늘 의젓하고 씩씩하게 지내지만, 사실 마음 한구석에는 상처를 간직하고 있었던 아이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냈던 것이다.
사진 : KBS 1TV <장영실>
타이틀롤인 송일국의 어린 시절 역할을 맡은 <장영실>에서의 활약 역시 돋보였다. 2개월에 걸친 기나긴 오디션 끝에 주연의 어린 시절 역할로 발탁된 정윤석은 드라마 관계자들로부터 “대본을 흡수하는 속도가 놀랍다”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두 드라마에서 호연을 펼친 정윤석은, 2009년도에 이어 7년 만에 2016 KBS 연기대상에서 아역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근황
사진 : 영화 <별리섬>
정윤석의 가장 최근 출연작은 2018년도에 개봉한 영화 <별리섬>이었다. <별리섬>은 스펙을 쌓기 위해서 외진 섬마을에 영어 강사로 들어간 대학생과 통제가 불가능한 중학생들의 좌충우돌 코미디를 그려낸 작품으로, 정윤석은 엄마의 죽음으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중학생 ‘상구’ 역을 맡았다. 해당 작품의 제작발표회 현장에서는 “상구 역을 연기하기 위해 감독님과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라며 제법 배우다운 후문을 밝히기도 했다.
사진 : YGX엔터테인먼트
어느덧 훌쩍 자라 고등학생이 된 정윤석은 현재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이다. <별리섬> 이후 휴식 중이나, 앞으로도 쭉 연기활동을 이어 가리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성인 배우가 된 정윤석은 또 어떤 모습일까. 그의 미래가 기대되는 바이다.
글 : 이희주 press@daily.co.kr
공감 뉴스 © 데일리라이프 & Daily.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