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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들 ‘삼국’ 시대부터 향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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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하나의 패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향수가 샤넬, 겔랑 등 고급스럽고 우아한 브랜드 이름을 가지게 된 역사는 겨우 백 년 정도 되었지만, 향수의 기원은 감히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만큼 매우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향수의 역사는 약 5,000년 전인 문명 시기까지도 거슬러 올라가며, 향과 관련한 여러 가지 풍습들은 현재에 이르러 향수가 ‘패션의 완성’으로 굳어질 수 있게 한 토대가 되어 주었다. 아래에서는 향과 인간의 만남이 이어져 올 수 있었던 역사를 살펴보고 향수의 올바른 사용법까지 파악해 보도록 한다.

 

 

향수의 어원

 

향수의 어원인 ‘per fumum’이란 ‘연기를 통한다’라는 뜻을 품고 있으며, 향수는 인류가 최초로 사용한 화장품으로 볼 수 있다. 향수는 약 5,000년 전 신과의 교감, 소통 등을 위해 종교나 풍습에서 사용하던 향이 지금에까지 이어져 내려온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향수를 가장 먼저 사용한 국가는 인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대의 사람들을 신을 신성하게 여겨왔기에 신에게 제사를 지내거나 풍습을 지낼 때 몸을 청결히 하고, 향기를 풍기는 나뭇가지를 태우고, 향나무 잎으로 즙을 내어 몸을 발랐다고 한다. 이와 같이 몸 또는 의복에 향을 부착하는 의식과 풍습들이 오늘날 향수의 토대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고대 향료와 풍습

 

고대의 향료는 ‘훈향’으로 종교의식에 사용되었으며, 몸 또는 의복에 훈향을 부착하는 풍습은 몸의 청정감을 생성하고 정신미화를 위해 비롯된 것이다. 방향의 발상지는 파미르 고원의 힌두교국인 ‘인도’라는 것이 정설이다. 인더스 문명의 시기에는 향료, 향료 제조실이 있었다고 한다. 이에 식물에서 추출한 에센셜 오일인 ‘이타(ittar)’를 증류했다는 기록이 힌두 의학서에 기록되어 있다.

 

 

처음의 향수

 

처음의 향수는 지금과 같이 병에 담겨 있어 뿌리기가 쉬운 액체 상태 제품이 아닌, 향이 나는 식물의 잎에서 즙을 내어 몸에 바르거나, 나뭇가지를 태워 향이 몸에 배도록 했다. 또한 주머니에 향을 넣고 몸에 품고 다녔다는 기록도 전해져 온다. 하지만 오늘날의 향수는 식물에서 얻은 향수 원액에 알코올을 섞어 만들고, 알코올의 섞는 정도에 따라 향수의 진하기가 달라지며 향이 지속되는 시간도 달라진다.

 

 

근대적 의미의 ‘오 드 트왈렛’

 

향료의 발전에서부터 훈향과 관련한 여러 가지 의식들은 그리스와 로마 등지로 퍼져 귀족계급의 기호품이자 화장품이 되었다. 당시 상인들은 부피가 작으면서 값은 비싼 향료를 화폐 대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근대적 의미에서의 향수가 나타난 시기는 1370년경으로, 지금의 ‘오 드 트왈렛’으로 볼 수 있는 ‘헝가리 워터’가 발명되었다. 이는 헝가리 왕비 엘리자베스를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증류 향수이자 최초의 알코올 향수였다.

 

 

향수의 전성기

 

최초의 향수가 개발된 이후부터 1508년,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성 마리베라 도미니크회 수도사가 향료조제용 ‘아틀리에’를 개설하여 유리향수를 제조하면서 향수는 전성기를 맞게 된다. 1533년에는 피렌체 명문가문인 메디치가의 딸인 카트린 드 메디시스와, 프랑스 앙리 2세가 결혼하면서 그녀의 조향사인 l.비앙코가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에서 향료, 향수가게를 열었는데 이것이 최초의 향수 전문점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향수

 

우리나라 사람들이 향수를 사용한 사례의 기원은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유신은 향불을 피워 하늘에 맹세한 뒤 무술연마를 하였다. 진지왕은 도화녀와 7일간 방에 머무르는 동안 향을 살랐으며, 눌지왕은 공주의 질병을 향으로 치료했다고 한다. 또한, 신라인들은 남녀노소가 빈부에 제한을 받는 일이 없이 향료를 주머니에 넣어 패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국시대 향수와 향료 사용은 고고학적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고구려의 쌍영총 고분벽화 동쪽 벽에는 아홉 사람이 걸어가는 그림이 새겨져 있는데, 맨 앞에 가는 소녀가 향로를 머리에 이고서 두 손으로 받든 장면을 살펴볼 수 있다.

 

 

향수 산업의 발전기

 

향수가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시기는 17세기 프랑스 루이 14세 시대부터이다. 당시에는 피혁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는데 가죽을 부드럽게 다루는 일이 보급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가죽에서 나는 특유의 악취를 제거하기 위한 향료, 향수가 필수품이었다. 향기의 고향으로 알려진 남프랑스 그라스 지방은 피혁제품 생산지로 유명했던 곳으로, 가죽의 가치를 높이고자 향료를 사용했다는 점을 통해 그 사실을 추정할 수 있다. 이후 19세기 중엽에 이르러서는 화학합성 향료가 개발되어 향수 대량생산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향수와 향료는 천연향료만을 사용하던 탓에 귀족 계급의 전유물로만 여겨져 왔지만 합성원료 등장으로 향수, 향료 대중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향수의 대중화를 이룬
향수 가문계의 명가 ‘겔랑’

 

향수의 대중화는 향수 가문계의 유일한 명가인 ‘겔랑’ 가문에 의해 진전될 수 있었다. 뵐르 블루, 미츠코, 보르 드 뉘 등은 조향사 자크 겔랑의 대표적인 향수로 알려져 있다. 특히 브랜드 겔랑은 수많은 명작 향수들을 꾸준히 론칭해왔다.  1853년에는 오 드 콜롱 시리즈로 ‘1853 오 드 코롱 임페리얼’을 론칭하였는데, 이 향수는 나폴레옹 3세, 유제니 황후의 결혼식 때 겔랑의 1대 조항사 피에르 프랑소와 파스칼 겔랑이 선물로 바친 향수로 알려져 있다. 이를 계기로 겔랑은 왕가의 조향사로 임명장을 수여 받았으며, 프랑스 왕족과 유럽 왕족들 사이에서 겔량의 향수가 널리 사랑받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향수, 스타일과
세련미의 상징으로 굳어지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의상뿐만 아닌 패션의 모든 분야에 걸쳐 다양한 발전이 이루어지자 패션 세계를 알리고 유행을 선도하기 위해 향수 제품의 론칭은 필수불가결한 일로 여겨져 왔다. 이에 1920년대 론칭한 샤넬의 대표적인 향수인 ‘NO.5’는 현재에 이르러서도 그 명성을 잃지 않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 당시 패션산업이 발전하며 세련된 스타일의 패션이 등장하자 향수 역시 세련미와 우아함을 추구했고, 아름다움과 패션을 강조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이러한 트렌드에 따라 클래식하고 로맨틱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플로럴 계열, 개성을 표현하기 좋은 알데하이드 계열 향수들이 유행하게 된다.

 

 

향수의 사용법과 보관 방법

 

향수는 몸과 옷에 뿌리면 향수 고유의 냄새가 나는 게 아니라 피부로부터 발산되는 체온, 체취와 함께 섞여 냄새가 난다. 따라서 향수는 손목이나 목의 맥박이 뛰는 부분에 직접 뿌린다. 또한 의복에 향수를 뿌릴 경우 고급향수라도 얼룩질 염려가 있으며 향의 발산이 쉽게 되어 좋지 않다. 향수를 잘 보관하지 못하면 향기가 발산되고 변색되는 일이 많기에 직사광선이 비치지 않는 어두운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향수는 온도에도 영향을 받기에 보통 15도 정도가 적당하며, 향수 사용 이후에는 마개를 꼭 막아두도록 한다. 

글 : 김태연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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